두산 선수단. 스포츠동아DB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 5일 잠실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을 만났다. 마침 비가 내려 경기가 순연된 직후였다. 염 감독은 “사실상 (2위) NC와의 맞대결에서 스윕만 당하지 않으면 1위 두산을 추격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두산의 대세론을 말했다. 두산은 김 감독은 별 말 없이 웃기만 했다. 무언의 긍정으로 비쳐졌다. 그럴만도 한 것이 당시 두산은 7할 승률을 넘나들고 있었고, NC와의 경기차도 5게임 이상이었다.
그렇게 견고할 것만 같았던 두산 대세론에 균열이 가고 있다. 8일 잠실 KIA 3연전부터 이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됐다. 절대우세였던 KIA를 맞아 두산은 1승2패라는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집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두산이 전반기 최종전인 NC 3연전에 투수를 집중하느라고 그랬을 수 있다고 봐줄 수 있었다. 그런데 NC를 맞아서도 두산은 1승2패로 밀렸다.
이어 후반기 첫 주, 두산은 하위권 팀인 삼성과 LG를 만나는 유리한 일정에서도 3승3패밖에 얻지 못했다. 그리고 26~28일 고척 넥센전에서 또 1승2패로 밀렸다. 7월에 두산의 위닝시리즈는 7월 22~24일 LG 3연전(2승1패)이 유일했다. 29일 한화전마저 8-9로 역전패했다.
이 사이 2위 NC는 조용한 추격전을 개시했다. 28일까지 2.5경기차로 따라왔다. NC가 두산보다 6경기나 덜 치른 것을 고려하면, 이제 두산은 자력 1위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은 해마다 우승 다음 시즌 후반기에 부진했던 징크스가 있는데 그 악령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벌어놓은 것이 워낙 많아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당연할 줄 알았던 1위 자리를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두산의 강점인 선발과 타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며 선발투수들의 기복이 심화되고 있다. 두산의 팀 컬러 상, 선발이 풀어가지 못하면 고전이 필연적이다. 불펜 의존도가 떨어지는 팀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KBO리그의 사실상 첫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는 김재환, 오재일, 닉 에반스 등 중심타선도 전반기만큼의 위압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두산 내야진의 등뼈인 2루수 오재원~유격수 김재호 라인도 체력 부담이 큰 편이다. 게다가 팀 전력의 중추인 포수 양의지마저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태라 위기관리가 여의치 못하다.
김 감독은 팀이 한창 잘 나갈 때에도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두산의 선수층이 두껍지 못하다”고 낙관론을 경계했었다. 그 우려가 적중하고 있다. 이제 8월 들어 날씨는 더 무더워지는데다 2연전 체제로 스케줄이 바뀐다. 당초 선수들의 체력을 조절하며 여유 있는 레이스를 운영하려던 계획이 7월 부진과 NC의 약진으로 일부 수정될 상황이다. 다른 팀들은 두산을 부러워하지만 두산도 두산 나름의 고민이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