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열풍으로 본 캐릭터의 힘 1995년 게임에서 시작한 포켓몬, 기술발전-유행따라 끊임없이 변신 代를 이어 사랑받는 캐릭터 만들어 한국, 뽀로로-라인 캐릭터 인기지만 세계적 수준 키울 콘텐츠 강화 절실
24일 서울 강남구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가로수길점에서 방문객들이 곰 캐릭터인 대형 ‘브라운’ 인형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강남 ‘핫 플레이스’도 지금 캐릭터 열풍
서울을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가로수길에서 요즘 가장 붐비는 장소가 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이 매장은 많은 해외 관광객까지 불러들일 정도로 ‘캐릭터’가 가진 힘을 잘 보여 준다. 이날 매장에서는 한국말도 간간이 들렸지만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등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표지판, 상품 소개와 같은 내부 안내문도 한국어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앞세웠다. 일본인 관광객 오카모토 나쓰코 씨(28·여)는 “평소 쓰는 메신저 라인에서 이모티콘으로 만나는 캐릭터에 정감이 간다”라고 말했다.
“성인 남성이 ‘귀여움’에 열광해도 되는 시대”
사람들이 이런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귀여워서다. 여자 친구에게 대형 후드 라이언을 사 준 김모 씨(32)는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캐릭터를 항상 옆에 두고 싶은 마음이 큰데 무엇보다 일단 귀여우니까 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캐릭터에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호응하는 트렌드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귀여운 인형을 찾는 것이 과거에는 아이들의 몫으로 치부됐지만 모바일 메신저 사용층이 전 연령대로 확대되면서 어른들도 자연스레 캐릭터를 좋아하고 아낌없이 돈을 쓰는 상황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날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에서는 점원 2명이 60cm 크기의 5만9000원짜리 대형 라이언 인형을 쌓아 올리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를 공격할 것 같지 않다’는 신호를 주는 귀여움은 본능적으로 누구나 좋아한다”라며 “메신저 속 캐릭터가 지금 더 각광받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과 더불어 섬세하고 배려 깊은 것이 남성에게까지 훌륭한 덕목이 된 시대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과거라면 근엄함을 요구받고 인형 같은 것을 좋아하면 약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던 세대가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20조 원 캐릭터 성공 비결은 ‘일상성’”
포켓몬 고와 각종 메신저 캐릭터 열풍은 잘 만들고 가꾼 캐릭터의 위력을 잘 보여 준다. 우리나라는 마시마로와 뽀로로 같은 히트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일본의 헬로키티, 도라에몽처럼 수십 년 동안 팬층이 두꺼운 캐릭터를 가져본 적은 없다. 포켓몬을 비롯한 일본 캐릭터의 성공 비결은 뭘까.
헬로키티를 단일 캐릭터 중 가장 비싼 20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키워 낸 일본 산리오는 캐릭터의 ‘일상성’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가와이 요시후미 산리오코리아 대표(54)는 “캐릭터가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일상에서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일상성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른 것으로 헬로키티가 42년간 질리지 않으며 사랑을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리오는 헬로키티를 비롯한 보유 캐릭터들의 디자인을 매년 조금씩 바꾸고 있다. 37년간 키티를 그려 온 디자이너 야마구치 유코 씨는 키티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쿄 시부야와 하라주쿠 등 유행의 중심지를 찾으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야마구치 씨는 “소녀 시절 키티를 좋아했던 여성이 엄마가 돼 자녀들과 키티를 공유하는 게 키티의 힘”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사회 현상으로도 일컬어지는 ‘키티 맘’은 키티의 최대 지지층이다. 포켓몬 고 열풍에 대해서도 가와이 대표는 “1995년 닌텐도 게임에서 시작한 포켓몬의 정체성을 살리되 최신 경향에 맞게 잘 살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구특교 인턴기자 서강대 중국문화학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