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루이즈 디살보 지음/정지현 옮김/328쪽·1만5000원·예문
※지난 일주일 동안 422편의 독자 서평이 들어왔습니다. 이 중 한 편을 뽑아 싣습니다.
루이즈 디살보의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에는 하이옌처럼 ‘느린 글쓰기’를 실천한 작가들의 사례가 많이 나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살만 루슈디 등 유명 작가들이 처음부터 전업 작가였던 건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생업과 병행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영국 작가 앤서니 트롤럽은 매일 출근 전 3시간 동안 글을 써서 평생 여섯 권의 소설을 완성했다. 앤 타일러는 아이가 낮잠 자는 동안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빈 시간에 글을 썼다. 작품 한 편을 한 번에 완성한 경우도 거의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데 6개월이 걸리고 퇴고만 수십 번을 한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작가는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작가가 되려면 일단 뭐라도 계속 써야 한다. 춥고 더러운 창고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 반까지 글을 썼던 버지니아 울프처럼, 잘 쓰이나 못 쓰이나 하루에 원고지 20장씩 글을 쓰는 하루키처럼 오랫동안 천천히 끊임없이 써야 한다. 그 다음엔 치열하게 다듬어야 한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쓸 때 47가지 버전의 결말을 만들었다. 소설가 김연수는 어딜 가나 수첩을 들고 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메모한다. 속도는 천천히, 노력은 치열하게. 이것이 최고의 작가들 사이에 전해지는 유일한 비결이다.
정진우 서울 송파구 신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