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교민이 말했습니다. “강도들은 주로 동양인들을 표적으로 삼으니 조심하세요.” 예전 브라질 출장을 갔다가 강도를 만났다는 한 선배 기자는 “리우에 가서는 수도승처럼 살아야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6일부터 여름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는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곳입니다. 올해 5월까지 살인 사건만 2000건이 넘었다고 하죠. 올림픽은 고사하고 사람 살 데가 못 되는 곳입니다.
리우로 출장 오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역시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내다보면 필요한 물건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엔 슬리퍼였고, 후배는 선글라스가 필요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흔한 물건들이지만 ‘안전지대’인 미디어 빌리지나 메인프레스센터(MPC) 주변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큰마음 먹고 시내로 나가게 됐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여기가 리우가 맞나 싶습니다. 총을 든 군인이나 경찰도 없고, 차를 막아선 채 물건을 팔려는 잡상인도 없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쇼핑몰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12만㎡ 규모의 쇼핑몰에 수백 개의 가게가 늘어서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쇼핑몰에서나 보던 유명 브랜드점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여유롭게 주말 쇼핑을 즐깁니다. 한 흑인 가족은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서 왔느냐”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리우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또 다른 얼굴의 리우와 마주쳤습니다. MPC로 돌아오는 택시를 탄 것까진 좋았는데 택시 기사가 길을 헤맵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됩니다. 차가 큰 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길을 달립니다. 근처 허름한 가게에선 현지인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천만다행으로 군인, 경찰 일행과 마주쳤습니다. 필사적으로 이들에게 MPC 위치를 설명합니다. 한 경찰관이 스마트 폰으로 위치를 검색하더니 택시기사에게 알려 줍니다. 평소보다 2배의 택시비를 내고 무사귀환에 성공했습니다.
직접 본 브라질은 극과 극이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호화로운 타운하우스 바로 옆에 파벨라라는 빈민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우도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리우의 밝은 쪽 얼굴만 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