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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계종, 푸른 눈 현각 스님의 비판 뼈아프게 새겨야

입력 | 2016-08-01 00:00:00


미국 하버드대 출신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조계종을 비판하며 개혁을 촉구했다. 현재 그리스에 머물고 있는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달 중 마지막 한국 방문 계획을 밝히고 “앞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만 활동하겠다”고 적었다. 현각 스님은 “(조계종 승려로) 25년 살아보니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이라며 “한국의 선불교를, 누구나 자기 본래의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그냥 기복 종교로 항복시켰다”고 비판했다.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현각 스님은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조계종 화계사 숭산 스님을 만나 1992년 출가했다. 숭산 스님은 약 50명의 외국인 지식인을 출가시켰고 그중에서도 현각은 가장 잘 알려진 스님이다. “내 전생이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사랑이 남달랐던 현각 스님이 한국의 조계종에 대해 돈으로 복을 사는 기복신앙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해 불교계 안팎에 충격이 크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발언이 조계종에 대한 결별 선언으로 해석되자 어제 한 언론에 영문 e메일을 보내 “조계종을 떠난다고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계종의 교육은 달마의 가르침과 기술에 대한 독특하고 귀중한 그릇”이라면서도 “불행히도 정치와 돈과 극단적으로 완고한 민족주의 때문에 현재 조계종의 방향은 그 기술을 세계에 전하는 귀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한국 승려와 불자들의 개혁을 촉구했다.

현각 스님의 불만은 그가 원장을 맡았던 화계사 국제선원(외국인행자교육원)이 3월 문을 닫은 것과도 관련이 있다. 조계종은 “외국인행자교육원을 폐쇄하고 은사 스님이 직접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조계종의 낡은 관행에 반발하는 외국인 승려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조계종 지도부 사이의 알력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현각 스님이 던진 ‘기복=$, 슬픈 일’이란 표현을 죽비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계종 역사에 처음 등장한 외국인 승려의 비판을 낡은 관행 개선의 계기로 삼지 못하면 조계종은 세계화는 고사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