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출자회사 ‘도덕적 해이’] 상당수 출자사 지분 29% 유지…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설립-경영 부장급 이하는 재취업 공시 안해… 낙하산 213명중 공개 24명뿐 주먹구구 해외진출 적자 투성이… 공공자금 줄줄 새도 정부 방관만
국회 예산정책처가 31일 내놓은 보고서 ‘공공기관 출자회사 운영실태 평가’는 공공기관 출자회사들의 방만 경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출자회사들은 해외시장 진출 등을 이유로 설립됐지만 상당수는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적자만 쌓이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해 있다. 이들을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는 수수방관하며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정부 감시 피하자’ 지분 30% 미만으로
감시망이 약하다 보니 부실경영 실태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력이 석탄가스 복합발전 사업을 위해 독일 UHDE사와 2011년 7월 설립한 ‘KEPCO-UHDE사’의 경우 당초 6년 5개월이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까지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채 43억 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1년 정부에서 200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 중국에 자회사를 세웠지만 사업이 계획보다 3년 늦어지면서 예정에 없던 적자 19억 원이 발생했다. aT 측은 “중국의 법과 거래 관행이 복잡했다”고 밝혔지만 충분한 사전 검토를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적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심지어 정부가 2009년 정리 대상으로 지정한 출자회사 가운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곳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진흥이 소유한 뉴서울CC골프장이 대표적이다. 한국철도공사가 갖고 있는 ㈜롯데역사 지분(31%),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934억 원을 출자해 얻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회사 ㈜알파돔시티 지분(29.8%) 등도 매각 및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곳들이다.
○ 낙하산 창구로 전락한 출자회사
경영 부실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공공기관들은 출자회사를 ‘낙하산 창구’로 이용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1∼2015년 출자회사에 재취업한 공공기관 임직원은 213명이었다. 이들 중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으로 알려진 경우는 24명에 불과했다. 현행 제도상 공시 대상이 ‘공기업 고위 임원’에 국한되다 보니 부장급 이하로 퇴직해 이 기관들에 취업하면 알 길이 없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도 소극적이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1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출자회사에 대한 성과 점검·평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현행법상으로는 출자회사를 어느 수준까지 관리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출자회사에 대해 총체적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두래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적절한 재취업 행태는 공공기관의 내부감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내부감사 시스템과 정부 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