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보육 한달… 부모들 분통
서울에서 가정어린이집 1세 반에 딸을 맡긴 워킹맘 이모 씨(38)는 며칠 전 어린이집 ‘운영계획서’에 원하는 운영시간을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씨는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오후 7시로 하원시간을 적고 싶었지만 원장의 눈치를 보다 결국 평소처럼 ‘오전 9시∼오후 4시’라고 적었다. 이날도 이 씨는 오전 근무만 하고 휴가를 내 오후 4시 30분에 아이를 데리러 갔지만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귀가하고 이 씨의 딸만 기다리고 있었다.
○ 어린이집 눈치로 유명무실한 운영계획서
지난달 1일 도입된 맞춤형 보육이 시행 한 달을 맞았지만 어린이집 현장의 불편과 부모들의 원성은 여전했다. 맞춤형 보육은 0∼2세 영유아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종일반(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과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으로 나누는 제도. 부모들은 “종일반 서비스는 제대로 받지도 못하면서 어린이집이나 주민센터에 적어내야 할 서류만 많아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주민센터 방문해 ‘종일반’ 획득했지만…
이런 유명무실한 종일반 자격이라도 얻겠다는 부모의 노력은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회사를 그만둔 유모 씨(40·여)는 곧바로 구직활동 증빙서류와 자기기술서를 적어 주민센터를 찾았다. 2세 딸의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두 차례 방문과 두 시간여 대기 끝에 서류를 접수시켰다. 남편은 일용직 근로자이고, 본인은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 김모 씨(37)도 맞벌이 증빙서류를 내기 위해 주민센터를 세 번이나 방문해야 했다. 특히 구직활동을 이유로 종일반 자격을 얻은 경우 허용기간이 3개월에 불과해 이 기간이 만료되는 9월 말이 되면 이 같은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대응은 안이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법으로 종일반 아동의 비율을 높이고, 조기 하원 등 종일반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는 어린이집에 대한 점검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제도 초기이니 이달까지는 시정명령 정도로 독려하고 9월부터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