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3인의 런치미팅 참가기
《젊음은 언제나 사랑에 빠질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2016년 대한민국의 청춘에게 연애는 사치로 여겨질 때가 많다.
최근 꿈과 희망도 버린다는 ‘7포 세대’까지 나왔지만 ‘삼포 세대’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포기 1순위는 바로 ‘연애’였다.
어렵게 취업문을 통과해도 꽃길은 열리지 않는다. 쏟아지는 업무에 잦은 야근과 회식. 퇴근이 아니라 “집에 다녀온다”는 표현까지 쓴다.
이에 이 땅의 청춘남녀는 언제부턴가 ‘효율성’을 연애의 대전제로 삼기 시작했다. 최근 20, 30대 직장인 사이에 들불처럼 번지는 ‘런치 미팅’이 대표적 사례다.
돈과 시간이 배로 드는 저녁은 피하고, ‘원샷 원킬’, 일대일 만남보단 한 번에 여럿을 보는 단체미팅으로 회귀했다. 동아일보의 미혼 여기자 3명이 이 흐름에 발맞춰 런치 미팅에 나가봤다. 뷰티 분야의 직장에 다니는 상대편에겐 사전에 취재임을 알리고 양해도 구했다.》
○ “편리한 게 나쁜가요? 어차피 밥은 먹잖아요”
20, 30대 직장인들의 효율적 연애의 한 방식인 런치 미팅. 본보의 여기자 3명이 지난달 28일 점심시간을 이용한 미팅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명함을 교환하는 등 첫인사를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초면의 어색함은 잠시, 일단 명함부터 주고받았다. 물론 서로 일터가 어딘지 잘 안다. 런치 미팅은 주로 회사 동료가 한 팀을 이룬다. 참석자가 서로의 ‘신분’을 연대 보증하는 셈이다. 김재희 기자(25·산업부)는 “맘에 들어도 연락처 묻기가 난감한데 명함을 교환해 자연스럽게 이를 해결하는 점도 좋았다”고 평했다.
곧장 음식 주문에 들어갔다. 대부분 파스타나 볶음밥을 골랐으나 노지원 기자(28·정책사회부)는 2만7900원짜리 안심스테이크를 택했다. 그는 “런치 미팅은 더치페이가 전제조건이라 메뉴를 맘껏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대화 내용은 ‘수박 겉핥기’였다. 사는 곳과 출퇴근 시간 등 ‘호구 조사’하느라 시간이 다 가버렸다. 미팅 후 진행한 간단한 설문에서 6명 전원이 연애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성격과 취향’을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 효율성은 100%, 그러나 감정은…
듀오에 따르면 런치 미팅은 2000년대에도 존재했다. 이명길 연애코치는 “당시엔 런치 미팅을 제안하면 ‘정 없다’며 사양했는데 최근엔 ‘깔끔하다’며 선호한다”며 “연애도 변수가 많은 아날로그적 방식보단 정해진 대로 진행하는 디지털 스타일로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캐주얼한 사랑의 보편화”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요즘 젊은 세대는 연애 때문에 일에 영향을 받는 것도 꺼립니다. 런치 미팅은 시간적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정서적 소모도 훨씬 덜하죠. 주선자의 체면을 생각해 애프터를 할 필요도 없어 ‘감정의 효율적 관리’도 가능합니다.”
100%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런치 미팅. 애프터 성공률은 33%였다. 누군가에겐 0%였지만.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