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서민 콘래드의 ‘당신이 미국 정치에 대해…’
“우우∼.”
“야유하지 말고 투표하십시오!(Don’t boo, vote!)”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이 “읽으면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호평한 책이 있다. 컬럼비아대에서 예술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여성인 제서민 콘래드가 쓴 ‘당신이 미국 정치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지만, 모르고 있는 것들’이다.
예술사 전공자가 웬 정치 서적인가라고 의아해할 수 있는데 저자의 아버지는 미국 상원 예산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낸 켄트 콘래드 전 상원의원(5선·노스다코타). 이 책은 같은 제목으로 2008년 대선 때 처음 출간된 뒤 2012년 대선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발간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딸이 아버지가 몸담은 정치의 세계를 호되게 꾸짖었다”는 서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 책은 선거 경제 외교정책 군사 건강보험 에너지 환경 같은 주요 분야의 현안과 쟁점,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 차 등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해놓았다.
저자는 “국민이 선출한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특정 이익집단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는데 유권자는 그 구체적 내막조차 모를 때가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아는 시민들은 쉽게 속지도 않고, 쉽게 조종당하지도 않는다”고 썼다. 각종 현안을 초당적 제3자 관점에서 다룬 책을 찾기 어려워서 “내가 직접 써보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은 민주-공화 양당의 특징 설명부터 시작한다. 정부와 시장에 대한 기본 태도가 달라서 공화당은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민주당은 정부가 시장의 불공정이나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양당의 주요 정책방향이 역사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고, 개별 정치인의 지역구가 도시인지 시골인지에 따라 또 어떻게 다른지도 상세히 보여준다.
“정치인들은 정치가 모든 국민을 기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내 지역구 유권자만큼은 반드시 기쁘게 해야 한다’는 점은 더 잘 안다.”
유명한 정치인의 딸인 저자가 정의한 정치인의 속성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