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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르는 문창진, 미소짓는 신태용 감독

입력 | 2016-08-01 03:00:00

[올라! 2016 리우올림픽]
올림픽축구대표 마지막 평가전… 유럽 강호 스웨덴에 3-2 승리




태극마크만 달면 ‘펄펄’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문창진(가운데)이 지난달 3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왼발 슛을 시도하고 있다. 문창진이 2골을 넣은 한국은 3-2로 승리했다. 상파울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태극전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지난달 5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자신 앞을 지나가던 미드필더 문창진(23·포항)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면서 “소속팀에서 골도 못 넣고 말이야. 좀 잘해봐라”고 말했다. 당황한 문창진은 멋쩍게 웃으면서 줄행랑을 쳤다.

현역 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린 신 감독은 자신과 가장 비슷한 선수로 문창진을 꼽는다. 영리한 경기 운영과 탁월한 골 결정력이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는 앞에서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반대로 귀를 깨물거나 꿀밤을 때리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한다. 문창진은 “감독님께 장난으로 맞아도 아프다. 하지만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도 문창진이 없는 자리에서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신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 등에서 “문창진은 올림픽에서 큰 사고를 칠 선수”라고 자주 말했다.

신 감독의 ‘밀고 당기기’ 전략 속에 대표팀의 핵심 공격 자원으로 거듭난 문창진은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달 3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혼자 두 골을 몰아치며 한국의 3-2 승리를 이끈 것. 앞서 이라크와의 비공개 평가전(7월 25일)에서 0-1로 패하며 공격과 수비가 모두 흔들렸던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평가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신 감독은 “마지막 실전에서 올림픽 유럽지역 예선 1위 스웨덴을 이겨 올림픽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창진은 올 시즌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클래식 13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치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달랐다. 그는 올해 신태용호가 치른 15경기에서 10골을 터뜨렸다. 문창진은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4골을 터뜨리며 주목받았지만 다음 해 20세 이하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며 한동안 ‘잊혀진 원더보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7월에도 부상으로 5개월 동안 재활에만 매달렸다. 오래도록 마음고생을 한 문창진이지만 그의 잠재력을 알고 있는 신 감독이 1월 올림픽 예선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소집하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문창진은 31일 동료들과 함께 조별리그 첫 경기 피지전(8월 5일)이 열리는 사우바도르에 도착했다. 그에게 값진 골을 터뜨린 스웨덴전이 끝난 후 신 감독에게서 칭찬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답변은 “아니요”였다. 문창진은 “감독님은 저를 칭찬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본선의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어 칭찬 한 번 받아보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리우데자네이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