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VIP중의 VIP, 馬선수 수송작전

입력 | 2016-08-01 03:00:00

[올라! 2016 리우올림픽]
527마리 좌석은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중엔 수의사-마부가 특별관리
1마리 이송에 드는 비용 2232만원… 국경 넘기 위해선 여권도 필요




몸값 수십억… 전세기 타고 리우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말들이 긴 비행을 마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모습. 몸값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이 말들은 특별 제작된 전세기를 타고 오는 내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사진 출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다음 중 올림픽에 참가하는 말(馬)에게 없는 것은?

①여권 ②좌석등급 ③기내 승무원 ④항공 마일리지 ⑤수하물 무게 제한

정답은 ④다. 말이 국경을 넘으려면 사람처럼 여권이 필요하고, 비행기를 탈 때는 좌석 등급도 각각 다르다. 비행 시간 동안 컨디션 조절을 도와주는 수의사와 마부 승무원(flying groom)도 말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말 한 마리가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무게는 자기 몸무게(평균 515kg)를 포함해 보통 1t이 한도다. 단, 말이 타는 비행기는 화물기라 마일리지를 쌓아 주지는 않는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남미에서 열린다. 남반구에서 올림픽 승마 경기가 열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956년 호주 멜버른 대회가 남반구에서 열린 첫 올림픽이었지만 당시 승마 경기는 북유럽에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먼저 치렀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은 말이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벨기에의 리에주 공항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말들을 케이지에 넣어 비행기에 싣고 있는 모습(위 사진)과 각 말의 신체 정보가 그려져 있는 ‘말 여권’. 사진 출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는 말은 총 527마리다. 이들 역시 엄연히 올림픽 ‘참가 선수’이기 때문에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대표 김동선(27)이 타는 부코스키(Bukowski)는 1999년에 스웨덴에서 태어난 거세마로 적갈색(bay color)이다. 이 외에도 말의 ‘아버지’와 ‘어머니’, ‘외할아버지’가 누구인지, 현재 소유주와 평소 관리하는 마부는 누구인지도 선수 프로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 참가마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리우에 도착하는 게 기본이다. 말이 비행기를 탈 때 좌석 등급은 폭이 112cm인 임시 마굿간(stall) 안에 몇 마리가 타는지로 결정한다. 한 마리가 타면 1등석이고 두 마리가 타면 비즈니스 클래스, 세 마리가 타면 일반석이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말은 VIP 중의 VIP다. 그런 말이 돈이 부족해 1등석 대신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건 아니다. 리즈 브라운 영국 승마 대표팀 수의사는 “보통 두 마리씩 이동할 때 말이 더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성격에 따라 말이 혼자 이동하는 걸 선호할 때는 1등석으로 승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좌석을 배정할 때는 수말을 비행기 앞쪽에, 암말을 뒤쪽으로 보내는 게 관례다. 수말이 암말을 보면 흥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처럼 시간을 정해 두고 긴 시간 한꺼번에 잠드는 게 아니라 졸릴 때마다 쪽잠을 자는 형태로 수면을 취한다. 말이 언제 자고 깰지 모르니 수의사나 마부는 비행 내내 깨어 있어야 한다. 이들이 앉는 자리는 간이 의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도 사람처럼 해외에서 음식 때문에 고생할 수 있다. 지역마다 건초 맛과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처 방법은 사람과 말이 반대다. 사람은 자기가 평소에 먹던 음식을 그 나라로 가져가지만 말은 미리 해당 국가에서 건초를 들여와 먹는다. 올림픽 때는 방역 조건이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말은 계속 쪽잠을 자기 때문에 시차 적응에 애를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말 한 마리가 비행기를 타는 데 드는 돈은 얼마일까. 이번 리우 올림픽 때 미국 마이애미에서 리우까지 옮기는 비용은 약 2만 달러(약 2232만 원) 정도다. 사람보다 7배 정도 비싸다. 그런데 마일리지는 하나도 쌓아 주지 않으니 말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억울하다고 항변할 게 틀림없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