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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Topic]9년 만에 돌아온 악마의 이발사

입력 | 2016-08-01 11:43:00

뮤지컬 ‘스위니 토드’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9년 전 관객에게 충격을 안긴 악마의 이발사가 더 세고 강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2007년 국내 초연 당시 극명한 호불호를 보여준 뮤지컬 ‘스위니 토드’, 올해는 어떨까. 작품은 19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누명을 쓴 채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발사가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판사에게 벌이는 핏빛 복수극을 그린다.

잔혹한 이발사 스위니 토드 역은 조승우와 양준모, 그의 복수를 돕는 파이 가게 주인 러빗 부인 역은 옥주현과 전미도가 맡았다. 네 배우 중 유일하게 초연 때 스위니 토드 역을 맡은 양준모는 이번 공연에서 한층 농익은 연기를 선보인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귀족 문화와 초기 산업혁명 속의 사회적 부조리를 꼬집은 이 작품은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과 만나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넘버는 손드하임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가장 난도 높고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귀를 찢는 파열음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협화음은 모두 의도된 것이다.

작품은 본디 2014년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이 경영난을 겪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공연이 취소됐다. 그러다 이번에 신춘수 프로듀서(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와 뮤지컬해븐 전 대표인 박용호 프로듀서(에이리스트코퍼레이션 공연사업부문 대표)의 공동제작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것.

두 프로듀서는 각각 독창적인 스타일의 ‘스위니 토드’를 연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는 신 프로듀서의 차례. 그는 이번 공연에서 심플함을 강조했다. 캐릭터에 집중하고자 화려한 세트와 조명, 의상은 최대한 지양했다. 이 때문에 초연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내년은 초연을 맡았던 박 프로듀서의 차례. 올해와는 전혀 다른 스위니 토드를 만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2008년 제작된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뮤지컬 영화 ‘스위니 토드’가 더 유명할 것이다. 영화의 분위기는 우울하고 음산하지만 뮤지컬은 스토리가 우울할지언정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고, ‘아재 개그’까지 선보이며 웃음을 주고자 노력한다.

사실 넘버가 난해해서 관객이 흥얼거릴만한 대표곡을 이 작품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상인이 없는 듯한 공연에서 광기 어린 인물들을 표현하기에는 딱 어울리는 음악이다. 1차 복수에 실패하고 분노에 찬 스위니 토드는 ‘공현 축일(Epiphany)’ 넘버에서 비속어를 거르지 않고 날 것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해 분노가 인간을 집어삼키는 순간을 온전히 보여줘 전율을 느끼게 한다.

드라마와 영화와 달리 수많은 뮤지컬에서 이른바 ‘익스큐즈’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이 죽고 암전됐을 때 다음 장면을 위해 멀쩡히 걸어나가도 눈감아주는 것, 뜨거운 화염을 붉은 조명과 음향으로 표현해도 넘어가 주는 것, 칼에 찔려 죽어가며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아도 장르 특성상 넘어가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선혈이 낭자한다. 스위니 토드가 스산하게 웃으며 손님의 목을 그어버릴 때 분출하는 붉은 피는 관객을 피비린내 풍기는 19세기 런던으로 타임 워프시킨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