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독수리 에디’에서 주인공 에디는 원래 알파인 스키 대표를 꿈꿨다. 그러나 번번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스키 점프로 종목을 바꿔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종목을 바꿔 출전 기회를 따낸 선수들이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여자 유도 대표 굴바담 바바무라토파(25)는 2012년 삼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이다. 러시아에서 국기로 밀고 있는 삼보는 ‘60억 분의 1의 사나이’로 불리는 종합격투기의 효도르 예멜리아넨코(40)가 기초로 삼았던 무술이다. 사실 삼보도 바바무라토파가 처음 선택한 종목은 아니었다. 바바무라토파는 원래 중앙아시아의 전통 레슬링이라고 할 수 있는 쿠라쉬 선수로 운동을 시작했다.
바바무라토파는 “그전까지는 삼보와 유도를 병행했다. 삼보 대회가 있으면 삼보 선수가 되고 유도 대회에 나설 때는 유도 선수가 됐던 것”이라며 “유도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한 건 유도가 올림픽 종목이기 때문이다. 꿈을 이뤄 말할 수 없기 기쁘다”고 말했다. 바바무라토파가 유도 전업 선수가 된 뒤 처음 참가한 대회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였다. 당시 그는 여자 52㎏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미국 럭비 대표 네이트 에브너(28)는 현역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다. 그는 소속팀 뉴잉글랜드에 휴직 신청을 하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에브너는 원래 역대 최연소(만 17세)로 미국 대표팀에 뽑혔던 럭비 선수였다. 제대로 미식축구를 시작한 건 대학 3학년 때였다. 그 뒤로 럭비와 인연이 끊겼지만 럭비가 9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리우 땅을 밟게 됐다.
종목은 그대로지만 자원봉사자에서 출전 선수로 신분이 바뀐 선수도 있다. 브라질 여자 장대높이뛰기 대표 호아나 코스타(35)가 주인공이다. 그는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장대높이뛰기 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달초 기준 기록(4.50m)을 넘어서면서 브라질 대표 선수가 됐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