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한장면. 사진제공|삼화프로덕션
■ 시대 역행…시청률도 역행
출생 비밀 등 상투적 소재 총망라
겨울 촬영 사전제작 몰입감 방해
중국선 신파 멜로 아직도 잘 통해
고집스러울 정도의 진부함이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이을 기대작으로 꼽힌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사진)가 추락하고 있다. 제작비 100억원 투입, ‘시청률 제조기’라 불리는 스타급 이경희 작가, 한류스타 김우빈과 수지까지 내세웠지만 속수무책이다. 7월6일 12.5%로 시작한 드라마는 7월28일 8회 방송에서 8.9%까지 떨어졌다. 인기를 끌 만한 온갖 요소를 갖췄지만 무색해지고 말았다.
● 진부한 신파 멜로…“199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그동안 짙은 감성의 멜로드라마를 주로 써왔던 이경희 작가의 이름값에 비하면 기대에 절반도 못 미치는 결과다. 방송가는 물론 시청자까지 첫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다 막상 뚜껑이 열린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톱스타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이라는 판타지로 여심을 자극하기도 전에 ‘시한부’라는 코드로 진부함을 먼저 안겼다. 시한부 삶을 사는 남자가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한 여자에게 ‘올인’하는, 식상할 정도로 낡은 소재다. 이 작가의 전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남자’에서 송중기가 시한부 삶을 살았다. 시한부는 아니었지만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는 비(정지훈)가 산 속에서 생을 마쳤다. 이번에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김우빈이 수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의 기로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애절할 정도의 애틋한 로맨스를 시청자에게 강요하는 형국이다.
‘함부로 애틋하게’ 시청자 게시판과 SNS 등에는 “시대를 역주행하는 드라마다” “이야기가 ‘올드’하고 촌스럽다” “1980∼9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는 평가가 많다.
● 사전제작 드라마의 ‘나쁜 예’와 ‘좋은 예’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 성공으로 100% 사전제작됐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하기 위해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지만, 드라마의 배경은 한 겨울이다. 연기자들은 두터운 코트에 목도리를 둘둘 말고 있고, 말할 때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되레 ‘불쾌지수’를 일으킨다. 그들 뒤로 하얗게 내리는 눈은 청량감은 커녕 전혀 현실감이 없어 몰입만 떨어뜨린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함정’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통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잘 생기고 예쁜 남녀주인공의 애절한 멜로 덕분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상속자’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김우빈과 걸그룹으로 활동하며 톱스타 반열에 오른 수지가 호흡을 맞춘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면서 “중국에서는 사극을 가장 선호하고, 그 다음이 멜로드라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진한 감성과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