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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부국장
2004년 여름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무명의 정치 신인에 가까웠던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당시 42세)은 ‘미국인은 모두 하나’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미 정가의 스타로 떠올랐다. 4년 뒤 민주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며 공화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전당대회는 정당이 국정을 맡을 만한 비전과 정책, 그리고 이를 감당할 지도자를 갖고 있는지를 국민 앞에 선보이는 전시장이다. 하지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들여다보면 대체 무엇을 갖고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달 31일 첫 번째 합동연설회만 해도 계파싸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 대표 주자들 스스로도 “당이 사망신고 직전이라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아직도 계파 타령”(정병국 의원)이라거나 “계파 패권주의에 기댄 ‘비박 단일화’라는 유령이 새누리당을 떠돌고 있다”(이주영 의원)는 등 자조할 정도다. 정작 계파 갈등의 핵심 요인이었던 공천 문제의 근본적 개혁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친박 패권 세력들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출마 지역구를 바꾸라고 겁박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됐는데도 검찰 고발을 포함해 낡고 음습한 정치 공작과의 단호한 결별을 약속하는 후보도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안보 책사였던 한 대학교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들며 “사드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한미동맹이 깨질 리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도 친박, 비박 주자 그 누구도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무해성을 정확히 설파하는 후보는 없다.
애초 대선에 나설 후보는 1년 반 전부터 당직을 맡을 수 없게 만들어 놓은 당헌 당규를 고수하는 바람에 대선 주자급 후보들은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명색이 집권여당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이런 수준에 그친 것은 절박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지난 총선에서 왜 참패했는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모르는 새누리당의 비극이 올해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민이 새누리당에 부여한 마지막 기회”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박성원 부국장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