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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형의 생각하는 미술관]진짜처럼 보이는 것과 진짜의 문제

입력 | 2016-08-02 03:00:00


조르주 드 라투르 ‘점쟁이’.

조르주 드 라투르(1593∼1652)는 한동안 잊혔다 20세기 초 극적으로 재발견된 화가입니다. 짙은 어둠과 타오르는 촛불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미술을 선보였지요.

독일 미술사가가 뒤늦게 화가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수많은 모조품이 만들어질 정도로 화가의 인기가 치솟았지요. 그런데 이 화가와 그림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1960년 구입해 소장 중인 ‘점쟁이’도 그렇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청년이 집시 여인들에게 지갑과 금목걸이를 소매치기당하는 순간을 담은 그림은 화가의 초기작으로 추정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1620년경 제작된 화가의 초기작도 아니며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지요.

이런 주장의 근거로 화가의 서명이 지적되었습니다. 그림 오른편 상단에는 정교한 라틴어 서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서명이 그가 30년간 작성한 서류 뭉치 속 필치와 일치하지 않는답니다. 또 그림 속 왼편 여인 손의 해부학적 오류와 노파가 걸친 숄의 엉성한 표현에도 의혹이 제기되었어요. 대가의 실수라기에는 터무니없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지금은 지워 보이지 않는 여인의 레이스 깃에 새겨진 단어까지 문제 삼았어요. 이에 반대하는 편에서는 우선 물감 성분에 주목했어요. 그림에 사용된 주석과 납이 섞인 물감은 18세기 초에는 사라진 17세기 안료였거든요. 동시에 그림에 대한 설명이 포함된 미술품 목록을 근거로 위작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또 논란이 된 단어는 그림을 복원하며 종종 이런 욕설로 존재를 드러내 온 복원사의 장난이라 맞섰습니다. 그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논쟁은 여러 차례, 아주 긴 시간 지속되었습니다. 위작 주장자는 관련 자료가 새롭게 발견되자 자신의 입장을 철회했다가 다시 본래의 소견으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진작 지지자들은 위작 주장자를 비판하면서도 이들이 제기한 날카로운 문제를 향후 꼭 풀어야 할 과제로 언급했습니다.

한 학생이 근래에 미술계에 불거진 위작 논란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화가의 그림을 사례로 설명하며, 미술품 위작 문제는 공권력을 투입해 성급하게 판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는 사견으로 긴 응답 메일을 끝맺었습니다.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