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14>7080 이젠 ‘면허검진’ 받자 어르신 안전운전 대책은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강의실에서 한 남성이 인지지각검사를 받기 위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본 야마나시(山梨) 현 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라온 운전면허 반납자들의 사연이다. 간혹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아쉬움도 묻어났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젠 사고 날 걱정이 없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1998년부터 운전면허 자율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운전에 자신이 없거나 면허가 필요 없을 경우 자발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는 제도다. 면허 반납자의 약 95%는 65세 이상 고령자다. 반납자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2011년 한 해 7만 명에서 2012년 10만 명을 넘었고, 2014년엔 20만 명이 면허를 반납했다.
○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교통수단뿐만이 아니다. 면허를 반납하고 받은 ‘운전경력 증명서’를 내면 숙박이나 온천 요금을 반으로 깎아주는 곳도 많다. 첫 방문 때 진료비를 받지 않는 병원, 노인 용품이나 음식값 할인 등 혜택도 다양하다. 하승우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면허 반납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복지 혜택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 운전자 200만 시대’에 접어든 한국은 어떨까.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면서 한국에서도 운전면허 반납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정부는 본격적인 검토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 이천시가 올해 3월 전국 최초로 운전면허 반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대중교통 요금 등을 재정에서 지원해주는 내용의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것이다. 조례안을 발의한 서광자 이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미온적이라면 지방자치단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하반기에 시청, 경찰과 함께 구체적인 지원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말 이천터미널에서 만난 이창복 씨(78)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껴 몇 년 전 운전을 그만뒀다”며 “노인들에겐 교통비 지원이나 할인 혜택을 주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3.7%가 운전면허 반납제 도입에 찬성했다. 그 대신 보조금(28.4%), 교통비(26.6%), 의료비(23.2%) 등 복지 혜택 제공을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효과 만점
전북 장수경찰서는 직원들이 매일 각 마을을 돌며 안전 운전과 보행 요령을 안내하는 방송을 한다. 반복 학습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노인들이 손가락이나 지팡이에 낄 수 있는 야광 반지를 보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덕분에 최근 3년 동안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자는 3명에 그쳤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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