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범죄 ‘솜방망이 양형’]법원 “사회관계 고려” 모호한 설명 일각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청구”
최근 검찰이 사활을 걸고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다. 나흘 새 국민의당 의원 3명에 대해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배출가스 조작’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박동훈 전 폴크스바겐 사장, 롯데홈쇼핑의 방송채널 사용 재승인 로비 의혹의 강현구 사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가 빚은 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법원도 정치인, 기업인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영장 사안을 까다롭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 2472건 중 674건이 기각돼 영장기각률이 27.2%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2014년 법원의 영장기각률은 20.4%, 지난해에는 17.8%였다. 전체 통계로는 피의자 5명 중 4명꼴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있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과 관련된 주요 인사들의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체감 영장기각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검찰과 법조계 인사들의 설명이다.
공안 특수 형사 사건 가릴 것 없이 잇따른 영장 ‘퇴짜’에 검찰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수사 중인 주요 피의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여전히 검찰 수사의 ‘중간 성적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범죄 사실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영장 기각 사유가 나올 때 가장 신경이 쓰인다”라고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이 밝힌 2일 오전 박 전 사장과 지난달 19일 강 사장의 영장 기각 사유는 동일하다.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의 정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것.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관련 피해자들에게서 각종 민원을 받고도 별도의 안전성 검사 없이 그대로 제품을 판매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도 비슷하다. 당시 검찰은 “기각 사유 가운데 ‘사회적 유대관계 등에 비춰’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