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검사는 경찰이 수집한 증거들이 기소하기에 충분한지, 즉 형사재판을 통해 유죄가 인정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데 그 판단에 따라 기소 여부가 나뉩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 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은 형사 절차의 대원칙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156조). 그런데 고소된 사람을 수사해 보니 범죄 혐의가 없다면 그를 고소한 사람은 무고죄를 범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생깁니다.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과 함께 무고죄가 문제 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런 의심만으로 곧장 무고죄가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무고죄 역시 형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가 수사기관에 신고한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임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은 무고죄에도 동일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소인이 고소한 피의 사실이 수사 결과 무혐의였다는 것만으로 곧 그 신고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고죄 역시 유죄로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인 증명이 필요하고, 그것이 부족하다면 이 역시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무리한 기소는 결국 무죄 판결로 이어질 테니까요.
김미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