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과 출혈경쟁 벌이다 철수… 구글-e베이-페북 이어 공략실패
세계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자사 중국법인을 현지의 경쟁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중국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35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의 대형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가 탄생하게 됐다.
우버의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은 2014년 “중국은 우버 글로벌사업의 최고 우선순위”라며 중국 시장에 뛰어든 뒤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해 왔다.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중국 법인에 투자하고 현지 정보기술(IT) 업체인 바이두에서도 투자를 받아 10억 달러 이상을 승객보조금으로 사용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하지만 결국 구글과 e베이 등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미국 기업들의 전철을 밟게 됐다.
우버는 진출 초기인 2014년 7월엔 디디추싱의 전신인 현지 경쟁회사 디디다처(滴滴打車)에 “민망한 패배를 당하기 싫다면 지분 40%를 매각하라”고 담판할 정도로 성공을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경쟁 회사인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快的打車)가 지난해 2월 합병에 성공해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지금의 디디추싱이 탄생하면서 우버는 궁지에 몰렸다. 살아남기 위해 보조금 지급을 늘리며 중국 60개 도시에서 매주 4000만 회 탑승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수익성은 떨어졌고, 결국 400개 도시에서 매주 1억 회 탑승을 제공하는 디디추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주 차량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하면서 보조금 사용을 사실상 금지해 우버가 더 이상 보조금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점도 합병의 이유라고 FT는 해석했다.
하지만 FT는 우버가 디디추싱의 지분을 확보한 점을 들며 “우버가 우아한 퇴장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버와 투자자는 이번 매각을 통해 합병 회사의 의결권 5.89%를 확보하고 수익 중 17.7%를 차지하게 된다. 디디추싱은 우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