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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도 만리장성 못넘고 백기… 中 토종기업에 현지법인 매각

입력 | 2016-08-03 03:00:00

디디추싱과 출혈경쟁 벌이다 철수… 구글-e베이-페북 이어 공략실패




세계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자사 중국법인을 현지의 경쟁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중국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35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의 대형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가 탄생하게 됐다.

우버의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은 2014년 “중국은 우버 글로벌사업의 최고 우선순위”라며 중국 시장에 뛰어든 뒤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해 왔다.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중국 법인에 투자하고 현지 정보기술(IT) 업체인 바이두에서도 투자를 받아 10억 달러 이상을 승객보조금으로 사용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하지만 결국 구글과 e베이 등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미국 기업들의 전철을 밟게 됐다.

우버는 진출 초기인 2014년 7월엔 디디추싱의 전신인 현지 경쟁회사 디디다처(滴滴打車)에 “민망한 패배를 당하기 싫다면 지분 40%를 매각하라”고 담판할 정도로 성공을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 경쟁 회사인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快的打車)가 지난해 2월 합병에 성공해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지금의 디디추싱이 탄생하면서 우버는 궁지에 몰렸다. 살아남기 위해 보조금 지급을 늘리며 중국 60개 도시에서 매주 4000만 회 탑승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수익성은 떨어졌고, 결국 400개 도시에서 매주 1억 회 탑승을 제공하는 디디추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주 차량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하면서 보조금 사용을 사실상 금지해 우버가 더 이상 보조금 전략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점도 합병의 이유라고 FT는 해석했다.

이로써 우버는 중국 시장에 도전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미국 IT 기업의 또 다른 사례로 남게 됐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쇼핑몰 e베이는 현지 업체인 ‘양쯔 강의 악어’ 알리바바에 밀렸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중국의 엄격한 검열 체제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우버 CEO 캘러닉도 1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 IT 기업 대부분이 중국 시장의 암호를 깨지 못해 고전한다”고 밝혀 중국 시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FT는 우버가 디디추싱의 지분을 확보한 점을 들며 “우버가 우아한 퇴장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버와 투자자는 이번 매각을 통해 합병 회사의 의결권 5.89%를 확보하고 수익 중 17.7%를 차지하게 된다. 디디추싱은 우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