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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뇌전증환자 운전에 구멍 뚫린 면허제도 방치 안 된다

입력 | 2016-08-03 00:00:00


지난달 31일 부산 해운대에서 횡단보도를 질주해 24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 김모 씨가 평소 뇌전증(간질) 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어제 전북 익산에선 당뇨병이 있는 운전자가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뇌전증, 당뇨뿐 아니라 치매 환자들도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어 대형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

도로교통법 82조는 정신질환자, 뇌전증,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알코올중독자는 운전면허를 따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입원하지 않으면 도로교통공단에 통보되지 않아 면허를 따거나 갱신하는 데 지장이 없다. 사고 운전자인 김 씨도 1993년 면허를 딴 뒤 올해 7월 적성검사를 무사통과했다. 뇌전증의 경우 미국에선 3개월에서 1년까지 ‘발작이 없는 기간’이 지나야 운전할 수 있다. 당뇨병과 치매, 뇌전증은 미국과 일본에서 운전면허 취소 사유다. 치매로 6개월 이상 입원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만 수시 적성검사를 받도록 한 우리나라 면허제도는 구멍이 뚫린 꼴이다.

최근 5년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3.6% 감소한 반면 고령 운전자 사고는 68.9% 늘었다. 동아일보의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캠페인에서 대한노인회는 현재 만 65세 이상부터 5년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도록 돼 있는 것을 70세 이상은 3년마다 갱신하도록 의결했다. 그런데도 경찰청에선 “수시 적성검사 강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하는 상황이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데에는 이처럼 허술한 면허관리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5위 생산대국에 걸맞게 운전면허 관리를 철저히 해 ‘도로 위 시한폭탄’을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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