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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장택동]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함의

입력 | 2016-08-03 03:00:00


장택동 정치부 기자

청와대의 여름이 어수선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에 이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의혹으로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흔들리는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하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기준) 하락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박 대통령 지지율은 31∼32%를 오르내리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0%를 위협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불리는 견고한 지지율이 그동안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중요한 동력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 지지율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일부 참모는 “지지율 30% 선이 무너지면 정책 추진에 힘을 받기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적이 4차례 있었다. ‘연말정산 파동’이 일었던 지난해 1월 넷째 주와 2월 첫째 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셋째 주, 그리고 4·13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뒤인 올해 4월 셋째 주에 각각 29%였다.

지난해에 비해 지금 청와대가 느끼는 위기감은 훨씬 크다. 임기 후반기로 향하는 시점에서 낮은 지지율이 고착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뒤 두 달 남짓 만에 40% 선을 회복했지만 올해는 석 달이 넘도록 지지율이 30%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올해 2분기 평균 지지율은 33%로 분기 단위로 볼 때 취임 이후 가장 낮다.

청와대가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과 함께 정국을 주도했던 지난해까지와는 달리 현 여소야대 체제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기를 만들기가 어렵다. 박 대통령 지지율의 기반이 됐던 TK(대구경북)의 민심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사드 등 여파로 종종 40%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의 호응에 힘입어 박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한 사례가 많았지만 올해 총선 이후에는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지지율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하면 야당은 ‘역풍(逆風)’에 대한 부담 없이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 대선을 앞둔 여당은 대통령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공직사회의 이완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정 공백의 장기화 가능성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업 구조조정, 대북 정책 등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계속 추진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과 국회가 멀어지고,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고, 민심이 외면한다면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1년 반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숙제는 박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평소 참모들에게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한다지만 정책을 소신껏 추진하라는 것이지 민심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박 대통령이 이루고자 하는 소명을 다하기 위해선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국민과 진심, 그것이 내가 믿는 정치의 가장 큰 힘”이라고도 했다.

우선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면 전환용 인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필요한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때보다 인선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민생 행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한 것처럼 거대 담론보다는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들을 마무리하는 데 힘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장택동 정치부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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