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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한기흥]‘인천상륙작전’이 국뽕?

입력 | 2016-08-03 03:00:00


북한 사람들은 인천 월미도를 인천상륙작전 때 미제에 맞서 처절히 항거했던 ‘영웅들의 섬’으로 안다. 1950년 9월 13일부터 사흘간 월미도의 북 해안포병 중대가 미 군함 10여 척을 격침하고 수천 명을 죽이는 등 결사적으로 항전하다 위대한 패배를 당했다고 당국이 허위 선전한 탓이다. 이런 주장을 담아 북에서 1980년대 초 제작한 ‘월미도’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대표적 전쟁 영화다.

▷그린 비치(월미도), 레드 비치(인천항), 블루 비치(인천 남동부). 1950년 9월 15일 새벽 북의 해안포가 있던 월미도를 타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3개 방면에 걸쳐 진행된 인천상륙작전은 6·25의 전세를 단숨에 뒤집었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의 출중한 전략이 빛을 발했지만 먼저 북한군으로 위장해 월미도에 투입돼 해안포대의 위치와 수, 규모 등을 파악해 알렸던 해군 첩보부대의 활약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북한군 동향을 탐지한 ‘X레이 작전’ 등 비사(秘史)를 다룬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몰이 중이다.

▷여당 정치인들과 참전용사들이 단체관람에 나선 가운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국뽕’ 논란도 뜨겁다. 국뽕은 ‘나라 국(國)’과 ‘히로뽕’을 합친 말로 지나친 애국주의를 비하할 때 주로 쓴다. 평론가들의 평점은 야박하지만 관객들은 가슴이 뭉클했다고 호평한다. ‘연평해전’ ‘국제시장’ 때처럼 평론가들의 ‘평점 테러’에 반발한 20대의 관람이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주인공 장학수를 연기한 이정재는 국뽕 논란에 “애국하자는 것이 나쁜가? 그걸 얼마나 촌스럽게 강요했느냐가 나쁜 거지”라고 쿨하게 말했다.

▷인천상륙작전은 김일성의 허를 찌른 기습작전이라는 것이 통설이나 실제론 북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는 사료도 있다. 6·25의 참화로부터 어떻게 나라를 지켰는지를 너무 잊고들 산다. 북한 영화처럼 진실을 왜곡한 체제 선전물도 아닌데 영화를 보고 애국심 좀 갖게 되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은 지금 누구 덕에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