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과 현대차그룹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양궁 국가대표팀은 경기를 모두 마칠 때까지 선수촌이 아닌 경기장 근처 호텔에서 지냈다.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은 당시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왕복 2시간씩 이동하다 보면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 호텔에서 지낼 수 있게 했다.
한국 양궁은 런던 올림픽 4개 세부 종목(남녀 단체전 및 개인전)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런던 대회에서 한국 남자 양궁 사상 개인전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오진혁(현대제철)은 “선수들에게 필요한데 지원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그런 지원이 성적과도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경기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오른쪽). 동아일보 DB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는 대한양궁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경기단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실시된 제12대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정의선 협회장은 2005년 5월 제9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1년째 한국 양궁의 수장을 맡고 있다. 정 협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2년간 양궁협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명예 협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와 우수 인재 발굴, 우수 장비 개발 등 한국 양궁 발전을 위해 약 380억 원을 투자했다.
정 협회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단에 8억8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통 큰 지원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1980년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수준이 한참 떨어지던 양궁 장비를 개발하는 데 특히 많은 지원을 했다. 지금은 한국의 양궁 장비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남자 양궁단을, 현대모비스가 여자 양궁단을 운영하며 한국 양궁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국제 양궁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양궁협회의 타이틀 스폰서도 맡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