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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 코리아]“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현대차 ‘통큰 지원’에 기량 쑥쑥

입력 | 2016-08-04 03:00:00

양궁과 현대차그룹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양궁 국가대표팀은 경기를 모두 마칠 때까지 선수촌이 아닌 경기장 근처 호텔에서 지냈다.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렸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은 당시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왕복 2시간씩 이동하다 보면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해 호텔에서 지낼 수 있게 했다.

한국 양궁은 런던 올림픽 4개 세부 종목(남녀 단체전 및 개인전)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런던 대회에서 한국 남자 양궁 사상 개인전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오진혁(현대제철)은 “선수들에게 필요한데 지원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그런 지원이 성적과도 분명히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경기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오른쪽). 동아일보 DB

정의선 협회장은 지난해 9월 열렸던 프레올림픽 때 양궁 대표팀과 함께 리우데자네이루를 찾았다.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과 선수촌 주변을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선수촌과 경기장은 버스로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거리였다. 하지만 4년 전처럼 경기장 주변에 있는 호텔을 잡지는 않았다. 런던에 비해 리우의 치안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리우에서는 선수촌 안에서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정 협회장은 경기장 가까운 곳에 식당과 물리치료실, 샤워 시설을 갖춘 다용도 차량을 준비해 놓고 선수들이 틈틈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입맛에 맞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상파울루에 있는 한식당 종업원들을 리우까지 데려왔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는 대한양궁협회는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경기단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실시된 제12대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정의선 협회장은 2005년 5월 제9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11년째 한국 양궁의 수장을 맡고 있다. 정 협회장의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2년간 양궁협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명예 협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와 우수 인재 발굴, 우수 장비 개발 등 한국 양궁 발전을 위해 약 380억 원을 투자했다.

정 협회장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단에 8억8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통 큰 지원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1980년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수준이 한참 떨어지던 양궁 장비를 개발하는 데 특히 많은 지원을 했다. 지금은 한국의 양궁 장비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정 협회장은 평소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당시 양궁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사무실을 출발해 인천의 경기장을 찾았다. 정 협회장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 때도 종종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한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남자 양궁단을, 현대모비스가 여자 양궁단을 운영하며 한국 양궁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국제 양궁대회를 주관하는 세계양궁협회의 타이틀 스폰서도 맡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