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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e스포츠 유전자 중국에 이식되다!" 바나나컬쳐 위영광, 원석중 PD 인터뷰

입력 | 2016-08-03 10:11:00


지난 4월 23일 중국의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이하 LPL)의 결승전이 진행됐다. LGD의 승리로 끝난 이 경기에서 게이머들에게 큰 화제가 된 것은 중국 프로팀들의 경기 결과가 아닌 오프닝 무대였다.

LPL 결승전의 오프닝 무대에서는 전 공간을 LED로 감싼 무대에서 중국 전통 문화의 향기가 물씬 나는 전통 악기를 활용한 공연이 LED에서 선보인 영상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냈다. 중국의 e스포츠 무대 기술력이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던 전문가들의 생각을 모두 뒤바꿔 놓을 정도로 엄청난 퍼포먼스였다.

이 중심에는 과거 스타리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위영광, 원석중 PD가 있었다. 위영광, 원석중 PD는 과거 스타리그 시절부터 e스포츠 방송에 몸담으며, 국내 e스포츠 방송의 역사를 함께한 인물. 이들은 지난해 중국 '완다 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진 판다TV로 이적해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은 그 동안의 기술력과 막강한 중국 자본을 통해 여느 스포츠 종목과도 어깨를 겨룰 만한 무대 연출을 이끌어내 이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현재 중국 e스포츠 시장은 2014년 기준 약 4조원 대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 시장의 약 10배에 이르는 수치다. 실제로 이렇게 막강한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국내 리그오브레전드의 프로게이머들을 대거 영입하며 세계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이 두 PD의 중국 이적은 한국이 우위에 서있던 방송 제작의 핵심인력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에게서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됐으며, 막강한 자본, 거대한 시장을 등에 엎은 중국 e스포츠 시장이 이제 한국을 넘어설 날이 멀지 않았다는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 시장에서 활약 중인 위영광, 원석중 PD가 바라본 중국 e스포츠 시장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바나나컬쳐'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지난 8개월 동안 이들이 겪고, 느낀 중국 시장의 상황과 앞으로의 청사진을 들을 수 있었다.

바나나컬쳐 원석중 PD, 위영광 PD, 이현 부총재(왼쪽부터)



Q: 굉장히 촉박한 상태에서 중국 LPL 리그 진행을 맡았다고 들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달라
A: 원석중 PD(이하 원PD)- 법인을 설립한 날이 2015년 7월이었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그 전인 10월부터 시작됐다. 위영광 PD님과 12월에 회사에 합류했는데, 그것이 LPL 리그 시작하기 2주 전이었다. 2주만에 LPL 리그 전체 진행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장비를 구매, 대여하고, 인력을 실시간으로 채용하면서 준비를 했다. 현재 100여명 정도의 스텝을 갖췄는데, 아직도 인력들을 뽑고 있는 중이다. 인력 충원과 프로젝트 진행을 동시에 하는 초유의 경험을 했다.(웃음)
 
Q: 한국과 중국의 e스포츠 시장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위영광 PD(이하 위PD)- 어느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한국에서 알려진 만큼 압도적인 차이가 벌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중국은 한국에 비해 게이머들의 수와 팬들이 많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잡혀 있으며,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규모가 남달라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월 단위의 행사가 중국은 주 단위로 진행될 정도다. 수요가 있으니 그만큼 찾는 곳도 많다.

그리고 인터넷 매체의 수준은 아직 한국이 위로 아직은 "뭐 이런 것까지 방송을 하지?"하는 콘텐츠도 있는 수준이다. 다만 이는 한국과 중국의 발전 차이 때문이라 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은 OGN을 비롯해 케이블 기반으로 성장해 왔는데, 중국은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발전됐다. 때문에 한국은 방송 하나에 굉장히 고퀄리티의 장비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중국은 가벼운 콘텐츠도 자주 다룬다. 한국은 어느 정도의 퀄리티는 보장하지만 주제의 한계가 있고, 중국은 퀄리티는 낮지만 굉장히 탄력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이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가 많다 보니 발전이 매우 빠르게 이어지는 중이다.

원PD- 제작의 경우 이제 한국 못 지 않은 수준이다.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발전했는데, 이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이즈의 차이가 6~7배 정도 날 정도로 시장 크기가 다르다. 게이머들의 눈높이도 굉장히 빠르게 발전해 e스포츠 분야에서는 이미 글로벌 트랜드가 많이 반영된다. 게이머들의 시선은 사실상 한국과 다를 바가 없는 수준이다. 그만큼 발전이 빠르다.

상하이 바나나컬쳐 사옥


 
Q: 중국은 아직 공산당 체재이다. 아무래도 규제나 가이드 라인이 한국과 다를 것 같은데?
A: 원PD- 여기도 한국과 비슷하게 방송사나 플랫폼 자체 규제가 있다. 때문에 이 규제를 따르는 경우는 있어도 방송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아직까지는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위PD- 한국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 TV나 인터넷 등의 방송에 게이머들이 피드백을 주는데 한국과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자막이나 언어와 같은 부분은 자체 심의를 통해 수위를 조절한다.
 
Q: 방송 현장 분위기는 한국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A: 위PD- 여성 관람객들이 상당히 많다. LPL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의 평균적으로 약 5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중 300명이 여성인 식이다. 한국 e스포츠의 경우 선수와 팀에 대한 팬덤이 강했는데, 중국은 이 속도가 더 빠르다. 그리고 대부분 한국의 LCK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리그)를 보고 있는 팬들이 많아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니즈도 많다. 실제로 마린(장경환 선수) 같은 경우 중국 프로리그에 이적하자 마자 빠르게 팬덤이 형성될 정도였다. 그리고 경기 티켓 같은 경우도 팬클럽에서 많은 양을 소모한다. 때문에 남성 관객은 인터넷 혹은 TV로 여성 관객은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나나컬쳐 내부 사무실 풍경



Q: 중국 내부 시스템과 인력 구조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 있는지?
A: 위PD- 우선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e스포츠 산업에 굉장히 많은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바나나 컬쳐'에 입사하는 인원들도 굉장히 우수한 인재가 많다. 그리고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들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의지도 높다. 다만 차이점은 있다. 만약 한국에서 '이것을 처리해 달라'라고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인원들이 일을 찾아서 하는데, 중국은 하나부터 열까지 세밀히 지도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된다. 하지만 국가가 다르면 문화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다른 것이 당연하다. 이것은 중국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원PD- 의외로 놀란 것이 근로자, 노동자의 권익이 철저히 보호되고 있고, 업무가 굉장히 세밀하게 나눠져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선수 좌석에 발판을 만든다고 하면 그것만 만드는 인원이 따로 존재하고 그 일만 처리하는 식이다. 이렇게 업무가 세밀하게 나눠져 있다 보니 인력들도 많고, 처리해야 하는 사안도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직원들의 인식도 '돈을 받은 만큼 일한다'는 식으로 위PD님이나 내가 돈을 많이 받으니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한다는 식이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중국에서는 이것을 맞춰서 일을 해야 한다.


Q: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보면 경기 시간이 굉장히 길다. 이에 대한 제작자의 생각을 듣고 싶다.
A: 위PD- 우선 지리적인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중국은 바로 옆 지역까지 가는데 차로 9시간 10시간 가야하는 곳도 비일비재 할 정도로 큰 대륙이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 역시 이만큼 시간을 들여 온 게이머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경기 시간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 실제로 방송을 진행하는 플랫폼에 입장에서는 일정 시간이 요구되고, 대회도 그렇게 진행해야 한다. 한국과 같이 빠르게 경기가 끝나거나 하면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중국 차이나조이 현장 이미지


 
Q: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국 e스포츠 시장의 성장세가 정말 무서울 정도다. 그렇다면 아직 한국 e스포츠의 기회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A: 위PD- 이곳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서로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양 측이 따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장은 메이저리그인데, 선수는 아직 마이너리그 수준이고, 한국은 선수의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시장이 비교가 안된다. 때문에 두 국가가 인터 리그 방식으로 함께 보조를 맞춰 나간다면 정말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게이머들이 빠르게 새로운 게임을 받아들이는 반면에 e스포츠 시장의 확장 교류가 잘 안되다 보니 많은 기회를 놓쳐왔다. 게임만큼 한류가 뜨거운 분야도 없고, 전세계 게이머들이 국경과 언어의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도 드물다. 때문에 조금 멀리 보고 서로 교류를 보다 활발히 나눈다면 더 큰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내가 중국에 진출한 것도 이러한 교류를 앞장서서 먼저 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원PD- 중국 e스포츠의 경우 게임사의 관여가 너무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파트너 십이 굉장히 강조된다. 워낙 시장이 거대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은 예전보다 게임사와 방송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해 졌다. 서로의 목표와 비전 등을 공유하지 않으면 게임사도 손해고 콘텐츠 생산자도 손해다. 이런 점은 한국이 보다 자유로운 것으로, 중국이 이러한 이해 관계에 묶여 있을 때 이를 잘 조율하여 먼저 시장을 선점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