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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당한다면 직장 그만두라 할 것” 트럼프식 ‘성희롱 대처법’ 논란

입력 | 2016-08-03 18:43:00


2004년 이라크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진 파키스탄계 무슬림 미군의 가족을 비하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70·사진)가 논란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번엔 직장 내 여성 성희롱에 대한 안이한 인식 때문이다. 미 정계에서는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인종차별에 이어 여성 비하 관련 논란이 터지자 ‘트럼프의 막말파동 2라운드’가 터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딸 이방카가 직장에서 성희롱 문제를 겪게 되면 어떻게 조언할 것인가’라고 묻자 “이방카가 다른 직업이나 직장을 찾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이런 대처법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했을 경우 회사 내 인사제도나 법적 제도를 통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가해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이끌어내도록 한다는 ‘미국 사회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보건교육과 사회 관련 교육에서도 성희롱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성희롱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여성비하 인식이 또다시 드러났다’, ‘트럼프가 성희롱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모른다’는 비난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최근 성추행 파문으로 물러난 지인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에일리 전 회장이 (성희롱 문제 제기를 한 여자들을)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직장 내 성희롱 발언 뒤 차남 에릭은 TV에 출연해 “아버지는 ‘이방카가 강한 여성이라 성희롱이 발생하지도 않게 했을 것’이라는 것을 전달하려 했다”는 식으로 말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는 2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여성들은 내부 제도를 이용해 대응할 수 있고, 회사를 일단 그만둔 뒤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성희롱에 대응하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어할 것”이라며 “(성희롱 대처 방식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USA투데이는 2일 트럼프가 소유한 기업에서 일했던 여성 2명이 ‘회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문제 제기를 해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들은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당한 것을 항의한 뒤 해고됐고,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