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금지 후폭풍… 소비자 피해 현실로
“아우디, 폴크스바겐은 매물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네요.”
2일 서울 성동구 장안평 자동차매매시장 내 중고 수입차 전용 쇼핑센터에서 만난 중고차 딜러 A 씨의 말이다. 이날 정부가 아우디·폴크스바겐 32개 차종(80개 모델) 8만3000대에 대해 인증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중고차 시장에도 여파가 본격화됐다. 딜러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아우디나 폴크스바겐 차량보다는 다른 브랜드를 들여놓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건물 7층엔 차량 82대가 전시돼 있었다. 이 중 아우디는 6대, 폴크스바겐은 단 3대뿐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20대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연식이 얼마 안 된 차량일수록 시세 하락폭은 더 컸다. 실제로 중고차 오픈마켓인 SK엔카닷컴이 조사한 결과, 지난달 폴크스바겐 브랜드의 평균 시세는 지난해 10월보다 약 11.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식 폴크스바겐 차량의 시세 하락률은 13.1%로, 2014년식(10.9%), 2013년식(11.8%)보다 높았다.
정재웅 SK엔카 직영 프라이싱센터팀장은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오래된 중고차보단 ‘신차급’ 중고차가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브랜드 선호도가 추락하면서 올 하반기에는 ‘수요 절벽’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벌어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에 이어 인증 취소 처분까지 내려지면서 아우디, 폴크스바겐 차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정부 모두 소비자 보상 방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한 폴크스바겐 차주는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려고 해도 차 값이 떨어진 데다 한국 시장 철수설도 나와 사후관리(AS)에서 피해를 볼까 우려하고 있다”며 “직접적 타격을 받은 소비자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서승희 인턴기자 성균관대 한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