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변호사, 의사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일한다고 생각했다. 소위 ‘전문직 엘리트’ 근로자들의 경우 업무 안정성이 높고 더 많은 자율성과 권위를 누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라 더마스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되레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스트레스 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정규직 근로자 115명을 소득 및 교육 정도에 따라 2개의 집단(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후 각 집단의 사람들에게 손바닥 크기의 측정기기를 지급하고 3일 동안 하루에 6번씩 직장에서 신호음이 울릴 때마다 순간적인 기분, 일의 강도와 스트레스, 직장에 대한 인식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들의 타액 샘플을 수집해 소위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의 수준을 측정했다.
연구 결과, 의사 관리자 교수 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단군에 속한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점 직원, 잡역부, 간병인 등 지위가 낮은 그룹의 사람들에 비해 업무 스트레스는 훨씬 더 많이 받고 행복감은 훨씬 덜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경우,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원이나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이를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안으로만 계속 삭이다 보니 업무상 더 강한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들은 실제로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행복을 느끼기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자신의 일과 동료에 대한 감정 역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