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 기습 지급]서울시-복지부 ‘强대强 싸움’

○ 국무회의 ‘배수진’ 삼은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영상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역점 사업인 청년수당 시행을 역설했으나 실패하자 3일 기습적으로 수당 지급을 강행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때문에 박 시장이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정부의 동의를 직접 요구한 것은 강행을 염두에 둔 ‘배수진’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박 시장은 국무회의 직후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다. 답답함과 불통의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복지부 협의 당시 서울시가 대안 중의 하나로 언급한 ‘체크카드’가 아닌 환수하기 힘든 현금으로 지급한 것도 서울시의 강경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시정 명령이 내려진 만큼 이미 지급한 수당도 당연히 환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직권 취소는 물론이고 만에 하나 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활동비를 지급받은 청년 입장에서는 귀책사유가 없다”며 환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 ‘지방자치권 침해’ vs ‘포퓰리즘’
청년수당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 간 대립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방자치권 침해’와 ‘사회보장기본법 위반’ 여부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청년수당은 헌법상 명백한 자치 사무이며 복지부의 방침은 명백한 지방자치권 침해”라고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은 사업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건너뛰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양쪽의 주장은 4일 예정된 복지부의 직권 취소 후 서울시가 대법원에 제소하면 추후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혜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는 ‘포퓰리즘’ 사업인지가 두 번째 쟁점이다. 서울시는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달리 ‘선별적 지원’이라는 점을 들어 인기영합 정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소득 직업 재산 등에 관계없이 성남에 거주(3년 이상)하는 만 24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자격 요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서울에 거주(1년 이상)하는 만 19∼29세 청년 중 근무시간이 주 30시간 미만인 사람만 지원이 가능하며 저소득층과 장기 미취업자를 우선 선발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강완구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은 “우려했던 무분별한 현금 살포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수정안에 대해 긍정적 의사를 표시했던 복지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해명은 하지 않고 무작정 반대 논리만 내세우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청년을 볼모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과 정부 여당이 이념 정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태호 taeho@donga.com·김호경·강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