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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웅 “농구장서 응원해주던 후배 손연재…이번엔 내가 응원할게요”

입력 | 2016-08-04 16:37:00

4일 강원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농구 선수 허웅이 손연재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 김재명 base@donga.com


지난 시즌 프로농구 허웅(동부·23)은 누구보다 많은 응원을 받으며 코트를 누볐다. 데뷔 2년 만에 쟁쟁한 선배들을 재치고 ‘올스타 팬투표 1위’에 오르는 감격도 맛봤다. 응원이 주는 힘을 잘 알기에, 이번엔 직접 응원에 나섰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리듬체조 손연재(연세대·22)를 위해서다.

허웅은 지금까지 손연재의 응원을 받기만 했다. 1년 후배 손연재는 연세대 농구부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학교에서 농구 경기 있을 때 손연재 선수가 자주 왔었어요. 학교 다닐 땐 오며가며 인사도 하고 학생식당에서 밥도 몇 번 먹으면서 친하게 지냈죠.”

올림픽을 앞둔 손연재에게 응원메시지를 전하기로 한 허웅은 농구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진지한 자세로 응원 메시지를 한자 한자 적었다. ‘손연재 선수 리우 올림픽 파이팅 하세요!’ 글씨를 잘 쓴 것 같다며 만족해하던 허웅은 잠시 고심하더니 ‘응원할게요!’ 한마디를 더 적어 넣었다.

“서로 훈련하기 바빠 못 본지 정말 오래됐어요. 이제 다시 만나면 어색할 것 같아요(웃음).” 손연재는 그동안 전지훈련으로 한국보다 러시아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허웅도 대학 3학년 때 프로에 입단해 일찍 학교를 떠났다. 지난해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둘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지만 일정이 달라 응원을 가지는 못해 아쉬웠다는 허웅은 “리우에서 손연재 선수에게 이 응원메시지를 꼭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리듬체조와 농구 모두 신체조건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두 선수가 겪는 고충은 비슷하다. 손연재는 큰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동적인 연기가 강점인 유럽선수들과 차별화할 프로그램을 고민해야한다. 허웅 역시 자신보다 20cm 이상 큰 외국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체력을 키워야 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허웅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큰 손연재에 대해 “리듬체조 선수들의 은퇴가 그렇게 빠른지 몰랐다”며 “대학교 때부터 익히 들었어요. 엄청 노력한다고요. 마지막 대회인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어요”고 말했다.

허웅은 손연재에게 마지막 부탁 한마디를 했다. “다음 시즌에는 동부 경기에도 많이 응원 와주면 좋겠어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