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때 다리 다쳐 태권도→ 양궁 전향… 리우올림픽 이란 기수 나서는 이란 양궁 대표 네마티
스승은 한국인 감독 이란 선수단 기수 자라 네마티(가운데)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동시에 참가하는 유일한 선수다.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당시 차를 타고 가던 18세의 ‘태권소녀’ 자라 네마티(31·사진)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충격으로 척추를 다치며 두 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태권도를 인생의 전부로 생각하며 국가대표를 꿈꿨던 소녀는 상실감에 사고 이후 2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올림픽-패럴림픽 동시 출전 ‘세계 유일’ ▼
6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그는 이란의 국기를 든 기수로 이란 선수단을 맨 앞에서 이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곧이어 열리는 리우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도 참가한다. 1만여 명의 리우 올림픽 참가 선수는 물론 역대 올림픽 출전 선수 중 유일하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를 구한 것은 양궁이었다. 4일 리우 올림픽 양궁 경기장인 삼보드로무에서 만난 그는 “두 다리를 잃었지만 보통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싶었다. 우연히 양궁을 하게 된 순간 ‘아, 이거다’ 싶었다”며 “내게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기쁘고 행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더 큰 꿈을 꿨다. 마침내 그는 지난해 11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이란 정부는 그의 훈련을 돕기 위해 올해 초 한국인인 박면권 감독을 영입했다. 박 감독은 “네마티를 보고 있으면 ‘무한 긍정’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항상 마음이 열려 있으니 뭘 가르쳐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이란에서 그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사인 요청 때문에 길거리를 제대로 못 지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네마티는 이란에서 닮고 싶어 하는 인물 1순위로 꼽힌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올림픽이 끝난 뒤 만들어질 예정이다.
네마티는 박 감독과 함께 4월 부산에서 2주간 전지훈련을 하며 한국의 선진 양궁 기술을 배웠다. 네마티는 “한국 사람들은 너무 친절했고, 음식도 맛있었다. 나는 평생 태권도와 양궁을 했다. 모두 한국과 인연이 깊은 종목들이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오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장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사대에 서서 경쟁하는 자체가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쉽진 않겠지만 최강으로 평가받는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도 이겨보고 싶다.” 그의 삶 자체가 다큐멘터리 영화고 그 영화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