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여름대전 <④·끝> 터널
《 “저, 구할 수 있는 거죠?” 평범한 자동차 세일즈맨이자 가장인 정수.퇴근길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터널이 무너지면서 삽시간에 고립된다.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대책반이 꾸려져 구조에 나서지만 더디다.구조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에겐 배터리가 78% 남은 휴대전화와 마시던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케이크뿐. ‘끝까지 간다’(2014년) 속 쫀득한 연출력으로 호평받은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가 만난 영화 ‘터널’. 한국영화 빅4의 마지막 주자로 흥행몰이에 나선다. 개봉은 10일. 12세 이상 관람가. 》
영화 ‘터널’은 위트 넘치는 연기와 긴장감 있는 연출력으로 기존 재난영화들과 차별화했다. 쇼박스 제공
▽이지훈=웬일. 우리 간만에 의견이 맞네. 영화 시작 5분 만에 터널이 무너지잖아. ‘벌써 무너뜨리면 나머지 120분은 어떻게 채우겠다는 거야’라고 걱정될 정도로 속도감 있어. 터널 안과 밖 두 가지 상황을 넘나들며 지루할 틈을 조금도 안 줘. 이런 치밀한 감독 같으니.
▽이=터널이 무너진 와중에 특종 경쟁에 열 올리는 언론, 구조보다 의전이 우선인 정치인, 무능한 정부 등 모든 지점을 디테일하게 비판했어.
▽장=하지만 이게 이제는 한국영화의 클리셰처럼 보이는 설정들이긴 해. 그게 현실이다 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진부하게 느껴져.
▽이=메시지가 워낙 강해서 그런지 ‘세련된 다이빙벨’ 같은 느낌도 들더라. 특히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이 시추구조기계를 타고 지하로 가 정수를 구하겠다고 나서는 장면에선…. 바로 옆 다른 터널 공사 때문에 구조에 차질이 생긴다는 설정도 잘 납득이 안 되긴 해. 설득력이 약하잖아. 아, 재밌자고 만든 영화에 너무 죽자고 달려드나.
▽장=그래도 과하게 묵직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하정우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적절히 살렸지. 안 그래도 답답한 터널 붕괴 현장. 고통과 절규만 있었다면 보는 관객도 힘들 텐데 위트 있게 버텨내니 웃음이 터져. 혼자서 영화를 끌고 간다는 점에서 ‘더 테러 라이브’(2013년)와 비슷하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듯해. ‘깊은 감정과 유머 코드가 잘 결합된 독특한 작품’이라는 카를로 카트리안 로카르노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화평이 하정우에 대한 평처럼 들리던데.
▽장=너, 너무 각박하게 세상 사는 거 아냐?
▽이=그래도 비극성을 극대화하려고 재난 전 인물들의 사연 같은 걸 강조하지 않은 건 정말 깔끔했어. ‘해운대’(2009년)처럼 등장인물에 몰입시키려는 어떤 사전 작업도 없어. 기존 재난영화의 성공법칙을 비틀고 뒤집는달까.
▽장=흥행은 어떨까. 1000만을 향해 가는 ‘부산행’, 500만 달성을 눈앞에 둔 ‘인천상륙작전’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이=딱 여름시장 ‘저격용’ 영화야. 김 감독과 배우 하정우 두 사람의 ‘케미’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상당해. 1000만까지는 모르겠지만 두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관객 확보에는 문제없다고 봐.
장선희 기자 기존 재난 영화의 공식을 걷어낸 담백한 영화. ★★★☆
이지훈 기자 그토록 묵직한 메시지를 이토록 유머러스하게!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