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 D-1] 애타게 기다릴 내 반쪽을 위해…
7월 결혼한 사격 대표팀의 새신랑 한승우(오른쪽)와 아내 김다정 씨는 이번 올림픽 때문에 신혼여행을 미뤘다. 김다정 씨 제공
○ 아내와 처남을 위해
남자 50m 권총에 출전하는 한승우는 사격 대표팀 출국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16일 결혼했다. 아내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2관왕인 김청용(19·한화갤러리아)의 누나 김다정 씨(25)다.
김 씨는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때 두 사람을 동시에 응원했다. 하지만 한승우만 2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5위로 고배를 마신 김청용은 출국을 앞둔 한승우에게 “매형, 꼭 잘하고 와야 해요”라며 건투를 빌었다.
한승우와 김 씨의 만남은 김청용 덕분에 이뤄졌다. 2년 전 김 씨는 동생이 집에 놔두고 간 물건을 가져다주기 위해 인천 아시아경기 미디어데이 행사장을 찾았다. 진종오와 사진을 찍은 김 씨는 아시아경기 대표가 아니었지만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던 한승우에게도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한승우는 “나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해서 사진을 찍어도 쓸모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김 씨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후에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적극적인 김 씨의 모습에 반한 한승우가 집요하게 구애 작전을 편 것. 김 씨는 “남편이 휴가만 되면 청주에 있는 우리 집으로 찾아와 밥을 먹자고 했다. 2년 동안 청주의 맛집은 모두 찾아간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한승우는 어린 시절에, 김 씨는 19세 때 아버지를 잃었다. 둘 모두 첫째라는 공통점도 있다. 김 씨는 “자신이 집을 꾸려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 힘들게 선수생활을 해 온 남편이 꼭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승우는 결혼식을 치른 뒤 이틀 밤만 신혼집에 머문 후 대표팀에 합류했다. 부부는 올림픽과 전국체육대회가 끝나는 11월 이후에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다. 김 씨는 “동생을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사격 선수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격 대표팀의 김종현(오른쪽)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소총복사 단체) 권나라와 10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권나라 제공
둘은 2년 전 슬럼프에 빠진 권나라를 김종현이 다독여주면서 ‘커플’로 발전했다. 권나라는 “운동을 그만둘까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오빠가 사격 팁 등을 알려주면서 흔들리는 내 마음을 잡아줬다”라고 말했다.
혼자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권나라는 “치안 등 브라질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오빠가 건강하게만 돌아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예비 신랑을 ‘로또’라고 저장해 둔 권나라는 “사실 얼마 전에 오빠가 올림픽 결선에 들어가는 꿈을 꿨다. 그런데 결선에서 어떤 점수를 받는지는 꿈속에서도 떨려서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