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첫 금메달… 레슬링 양정모씨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양정모 씨가 당시 한국선수단 개선 기념행사에서 받은 은컵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실물은 서울에 있는 양 씨의 아들 집에 보관 중이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대한민국 올림픽 금메달 1호인 양정모 씨(63)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게 “한국 스포츠가 이만큼 발전한 데는 선배들의 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뿌리’를 가슴에 새기면서 경기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3일 부산 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선수 시절 펼쳤던 기술을 간간이 시연하며 1시간 반가량 꼿꼿한 자세로 건강함을 과시했다.
특히 청와대에서 열린 올림픽 귀국보고회 때 자신과 함께 서 있던 정동구 대표팀 코치가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체육대학’의 필요성을 제기해 설립됐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양정모는 올림픽과 한국 스포츠사에서 일부분일 뿐”이라며 “숱한 선배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에 금메달 획득도 가능했다”고 자신을 낮췄다.
1일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앞에서 열린 양정모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금메달 획득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김원기 씨(왼쪽에서 첫 번째, 두 번째)와 기념사업회 김동욱 위원장(오른쪽)이 축하를 하고 있다. 기념사업회 제공
그는 1971년에 주니어 국가대표로 뽑힌 이후 1980년까지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레슬링을 이끌었다. 그는 “당시 레슬링 선수들이 일주일에 한 번 10∼15kg의 모래조끼를 입고 불암산을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요즘이야 스포츠에 과학과 의학, 심리학, 마케팅이 접목되지만 성과를 내는 데는 혹독한 훈련만큼 좋은 과정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 체중 감량이었다고 회고했다. 양 씨는 컨디션 유지를 위해 태릉선수촌 생활 9년 동안 세끼 밥을 다 먹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동메달을, 두 차례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양 씨는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과 조폐공사 감독 등을 지낸 뒤 현재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재능기부 공동체인 ‘희망나무 커뮤니티’의 이사장을 맡아 소아암 어린이 돕기, 위안부 할머니 위문공연 등 재능기부 활동도 펼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