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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또 도발한다면… 몇 곱절로 되갚을 것”

입력 | 2016-08-05 03:00:00

지뢰도발 1년… 당시 수색팀 8명 결의
다리 부상 김정원-하재헌 하사도 참석




4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1주년 행사에 참석한 육군 1사단 수색대원들이 기념 조형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호 예비역 병장, 이형민 하사, 박선일 원사, 하재헌 하사, 김정원 하사, 정교성 중사, 최유성 예비역 병장, 문시준 중위. 파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적이 내 앞으로 온다면 몇 곱절로 되갚아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당시 수색팀을 이끈 정교성 중사는 4일 “우리 수색대대원은 적이 나타나는 그날을 고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중사를 비롯해 당시 수색팀원 8명(육군 1사단)은 이날 경기 파주시 DMZ생태공원에서 열린 북 지뢰 도발 1주년 행사에서 다시 모였다.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를 크게 다친 김정원 하사(25)와 하재헌 하사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의 명칭은 ‘Remember 804(8월 4일을 기억하라)’였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작년 12월 수색팀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조형물(평화의 발) 제막식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4일 DMZ 정찰 임무 중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터지는 생사의 위기에서도 몸을 던져 부상자를 구조했다. 그 생생한 모습이 촬영된 DMZ 열상감시카메라(TOD)의 영상이 공개돼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김 하사와 하 하사는 재활치료를 끝내고 각각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군의무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준호 병장(23)과 최유성 병장(22)은 전역했고, 수색팀장이었던 정 중사와 이형민 하사, 문시준 중위, 박선일 원사는 수색대대에 남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 하사는 “동료 장병과 국민의 성원 덕분에 그날의 역경과 고통, 분노를 에너지로 승화시켜 이 자리에 섰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 하사는 “최전방에서 북한군과 싸우고 싶지만 몸 상태 때문에 수도병원에서 근무하게 됐다”며 “나처럼 작전 중 부상한 장병들에게 도움을 주고, 장애인 올림픽 국가대표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하 하사의 모친인 김문자 씨는 “국민의 도움과 격려로 아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2000년 DMZ 수색작전 중 지뢰 폭발로 다리를 다친 새누리당 이종명 의원과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이재홍 파주시장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김 하사와 같은 재단 고교 선후배 사이인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의족 육상선수 겸 모델이자 배우인 에이미 멀린스(여)와 두 하사의 만남을 주선했다. 조 장관은 이날 멀린스가 두 하사에게 보낸 격려 메시지를 낭독했다.

이날 행사에선 수색팀원들이 북한의 지뢰 도발 직후와 지난달 말에 모여 촬영한 사진도 공개됐다. 2015년 8월 27일 촬영한 사진은 당시 도발로 다리를 다친 두 하사의 재활을 기리며 빈 의자를 놓고 팀원이 촬영했다. 올해 7월 24일 촬영된 사진은 두 하사가 회복 후 함께 모여 다시 찍었다. 사진작가 한효재 씨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촬영해줬다고 육군은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조윤경 인턴기자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