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현세의 만화 ‘남벌’에서는 북한 핵무기의 고공 폭발로 일본의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고 승기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인명 피해가 거의 없이, 현대 네트워크 전쟁의 핵심인 IT 설비를 크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보유국들은 IT 발달 지역을 고고도 핵폭발로 무력화한 후 후속 공격을 가하는 전술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에 시도한 무수단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의 고각 발사와 고공 폭발 실험도 이러한 전술 개발 의도를 보여 준다. 까다로운 탄두 재진입 기술도 필요 없으니, 북한이 현 수준에서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전술이다. 이는 세계적인 IT 대국이면서 대도시 밀집도가 높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사드가 완벽한 무기가 아니고 현 배치로 충분하지도 않으나, 북한 핵무기 역시 숱한 기술적 문제점과 전술적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고 상대 약점을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드는 북한의 핵 전술 활용 범위와 운용 능력을 크게 제한하고 아군에는 대비할 시간을 벌어 준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첨단 고고도 방어 체계와 운용 기술을 배우고, 자주적인 한국형 방어 체계 개발 기간을 단축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