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버그 총영사 위령비 참배-헌화
원폭 투하 71주년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린 위령제에 앨런 그린버그 주오사카·고베 미국 총영사가 참석해 헌화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그린버그 총영사는 이날 오후 주히로시마 한국총영사관이 인근 호텔에서 개최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추도회에도 참석해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도 국기(國旗)를 들고 있지 않으며 죽을 때 깃발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 모두 마찬가지로 인간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은 마찬가지로 소중하다”며 평화를 위해 힘을 모아가자고 제언했다.
그린버그 총영사는 현지 한국총영사관의 초청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도 잇따라 참석했다.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했지만 이곳에서 150m, 걸어서 5분 거리인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는 참배하지 않아 많은 한국인들을 섭섭하게 만들었다.
1945년 8월 6일 미군이 떨어뜨린 원폭으로 인해 당시 히로시마 주민 35만 명 가운데 약 14만 명이 같은 해 연말까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2만 명이 한국인 희생자인 것으로 민단 등은 추산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