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33개 종목… ‘자국이익+상업성’ 따라 들쭉날쭉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 종목은 28개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26개에서 골프와 럭비(7인제)가 추가됐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때는 가라테,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야구·소프트볼을 더해 33개로 늘어난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았던 건 아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이 열렸을 때 정식 종목은 레슬링 사격 사이클 수영 역도 육상 체조 테니스 펜싱 등 9개였다. 그 뒤로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개최국은 자기 나라가 유리한 종목은 넣고 불리한 종목은 빼면서 종목 수를 조정했다.
제3회 올림픽이 유럽을 벗어나 처음으로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렸을 때 미국은 자신들이 잘 못하는 바스크 펠로타, 크리켓 같은 종목을 제외하고 라크로스와 로크, 복싱처럼 유리한 종목을 넣었다. 1964년 도쿄 대회 때 유도가 정식 종목이 된 것도 개최국 일본이 유도 종주국이기 때문이었다. 한국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태권도를 시범 종목으로 채택했다. 이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태권도가 정식 종목이 되는 디딤돌이 됐다.
명시적인 기준은 없지만 정식 종목 채택에 있어 중요한 또 한 가지 기준은 바로 상업성이다. 올림픽 원년부터 정식 종목이었던 레슬링이 2013년 퇴출 위기에 몰렸던 것도 지루하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었다. 세계레슬링연맹(FILA)에서는 곧바로 세트제 폐지, 패시브(파르테르) 규칙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생존 전략을 마련했다. 일단 레슬링은 2024년(개최지 미정) 올림픽까지 살아남게 됐다.
IOC는 올림픽 개혁안 ‘어젠다 2020’을 마련하면서 올림픽에서 영원히 빠지지 않는 25개 종목을 핵심 종목으로 지정했다. 태권도도 당초 이 명단에서 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리우 올림픽 때부터 도복 바지에 색상을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중 몰입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했다.
국제사격연맹(ISSF)에서 리우 올림픽 결선 경기 때 경쾌한 음악을 틀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전·후반제 도입을 비롯해 경기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승부 결정 방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 경기 시간을 줄이고 TV 중계 때 광고를 많이 넣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리우에서 9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럭비도 전·후반 각 40분을 소화하는 15인제 대신 15분(전·후반 각 7분, 휴식시간 1분) 안에 모든 승부가 끝나는 7인제를 채택하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