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자리 잡은 지 벌써 5년이다. 여기저기 묵은 기름먼지와 수북하게 쌓인 여행객들의 사진이 있는 가게에 앉아 있자니 문득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당시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이제 약간은 나태해진 마음가짐에 뭔가 새로운 활력을 줘야 할 것 같아 아내와 상의해 가게를 조금 정리해 봤다. 이 조그만 가게에서 무슨 물건들이 이렇게나 많이 나오는지 깜짝 놀랐다. 묵은 짐들과 마냥 쌓여 있던 물건들을 정리하니 내 마음도 후련했다. 왜일까.
여유가 있다면 나도 전문가를 불러 이거 저거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부탁을 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탓에 직접 물건을 나르고 버리고 정리했다. 또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주방 타일도 새롭게 깔면서 3일간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가게를 다시 꾸며 놓았다. 하하하. 쓴웃음이 지어지면서 마감이 잘 안 되어 무언가 삐져나온 게 눈에 거슬렸지만 나름대로 만족했다.
5년 전 그때보다 100만 배는 여유를 부리며 돈 좀 써가면서 누렸던 ‘내 손 리모델링’.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무슨 배짱으로 주머니 채우지도 못한 채 가게를 운영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대단한 것인지 생각이 없었던 것인지….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행동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했는데, 아주 나중에 내가 이 세상과 안녕할 때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뭐든 할 테다. 내 가족들과 내 사람들과 아주 행복하고 아주 멋지게 살 수 있도록….
※필자(42)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전북 전주로 내려가 남부시장에서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