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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중! ‘유쾌한 화살’ 작전

입력 | 2016-08-08 03:00:00

즐기며 첫 金 따낸 남자양궁 단체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선 베테랑들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난생처음 올림픽에 나와 그것도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 사대에 선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김우진(24·청주시청),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의 얼굴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김우진은 별명인 곰처럼 우직하게 움직였다. ‘분위기 메이커’ 구본찬은 활기찼고, 과묵해 보이는 막내 이승윤은 가끔씩 던지는 한마디로 모두를 웃겼다.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미국과의 결승전 직전 세 선수의 얼굴에서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경기를 즐기려는 유쾌함이 넘쳤다. 서로 농담하고, 장난치고, 마치 서울 태릉선수촌 연습장에라도 나온 듯했다.

김우진의 시위를 떠난 결승전 첫 화살은 10점 과녁에 정확히 명중했다. 연이어 10점 행진이 이어졌다. 10, 10, 10, 10, 10, 10. 1세트 세 선수가 쏜 화살은 모두 10점 원 안에 들어갔다. 퍼펙트였다. 연습 때도 잘 나오지 않는 퍼펙트가 올림픽 결승전 첫 세트에 나온 것이다.

이어 미국 선수들이 활을 쏠 차례가 됐지만 한국의 삼총사는 아예 상대방이 활 쏘는 걸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유롭게 물을 나눠 마시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유쾌한 세 선수의 조화는 완벽했다. 1번 사수 김우진은 거의 10점을 쐈고, 실수를 해도 9점이었다. 2번 사수 구본찬은 6번의 기회에서 모두 10점을 쐈다. 마무리 이승윤은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한국은 결국 미국에 세트점수 6-0(60-57, 58-57, 59-56)으로 완승을 거뒀다.

김영돈 양궁 선수단 심리주치의는 “세 선수 모두 정신력이 강하다. 그리고 역대 어떤 대표팀보다 친하고 편안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유쾌, 상쾌, 통쾌한 남자 대표팀의 분위기는 기자회견 뒤 나온 구본찬의 한마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분, 아주 아름다운 밤이에요.”

리우데자네이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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