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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오더 투표’ 與 대표 경선, 계파청산 싹수 노랗다

입력 | 2016-08-08 00:00:00


새누리당이 8·9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어제 전국 당원 33만여 명을 대상으로 사전 투표를 실시했다. 이번 전당대회의 대표 경선은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단일 후보인 주호영 의원과 범친박(친박근혜)계의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의원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당원 대상 투표 결과 70%와 일반인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9일 전당대회에서 당선자가 가려진다. 여당의 지긋지긋한 계파싸움에 넌더리가 난 국민은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달라지길 기대했지만 어제는 특정인 당선을 돕기 위한 투표인단의 ‘오더 논란’까지 터졌다.

지난 주말 비박 진영 사이에 ‘주호영 강석호 이은재 이부형에게 투표하라’는 ‘오더 문자메시지’가 돌았다. 당협위원장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선거 규정의 빈틈을 노려 당협 사무국장 명의로 발송됐다. 총선 이후 친박 패권주의가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데 이어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비박이 더 노골적인 계파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당초 친박 원로 서청원 의원을 대표로 내세워 세몰이를 하려다 좌절된 친박도 비박 단일화를 빌미로 적극적인 표 결집에 나섰다. 지역 합동연설회 직후 친박계 당협위원장 회동을 통해 당 대표 후보인 이정현 의원과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장우 조원진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친박인 이주영 후보가 어제 “당원을 종으로 만드는 비민주적인 오더 정치, 계파 정치는 더는 정당사에 존재해선 안 된다”고 비난했을까. 당 주류이자 다수인 친박이 표를 결집해 사실상 단일화를 한다면 전당대회는 하나 마나다.

총선 참패 이후 출범시킨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로 문을 닫는다. 김희옥 위원장은 어제 ‘질과 양에서 혁신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구태정치 척결에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과 국론분열에 경제 위기까지 겹쳐 집권당 대표의 역할과 위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새 대표는 14년 만에 부활된 단일지도체제의 수장으로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이번 대표 경선마저 계파 투쟁으로 끝나면 ‘계파 대표’가 관리할 내년 대선후보 경선 또한 계파주의로 치달아 국민의 지지에서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