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173명 학생부 종합전형 설문… “부모배경 영향 가장 큰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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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설팅에 年1000만원… 학부모 “학생부 종합전형 공정성 의문” ▼
서울에서 고교 1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박모 씨는 올해 초 강남의 한 입시 컨설팅업체 설명회에 갔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이 업체는 학생부 종합전형 준비 학생을 대상으로 동아리, 소논문, 봉사활동, 독서활동 등 관리를 도와주는 곳. 원장과 1회 상담에 100만 원, 할인을 받아도 연간 1000만 원은 내야 했다. 박 씨는 “비용을 보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저렇게 관리를 받는 애하고 그렇지 않은 애가 경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계속 확대되며 대입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교육의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대입 전형이며, 학생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15∼2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진학사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고등학생(275명),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151명), 고교 교사(747명)를 상대로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학생부 종합전형을 1순위로 꼽았다. 특히 학부모의 51%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큰 전형이라고 응답했다. 학생(40%)과 교사(38.3%)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1위로 꼽았다.
흔히 수능 위주 전형이 부모의 능력이 뒷받침돼야 받을 수 있는 사교육의 영향이 큰 전형이라 주장하지만 현장에선 학생부 종합전형이 부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전형이라고 느끼는 것. 학생부 종합전형을 고른 응답자가 수능 위주 전형을 고른 응답자보다 조사 대상에 따라 4∼5배가량 많았다. 설문에 응한 한 교사는 “얼마나 많은 컨설팅 비용을 들여 관리하느냐에 따라 포장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의 지원 없이 좋은 학생부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조력자(부모·사교육)의 도움 없이 학생의 능력·노력만으로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교사 62.1%, 학생 70.5%, 학부모 86.8%)이 가장 많았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을 받아야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 한 고교생은 “자원봉사도 내가 원하는 분야를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고, 학생부 기록이 가능한 활동 중에도 사교육을 받으면 유리한 것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성적 따라 학생부 기록에도 차이”
‘학생의 성적에 따라 학교(교사)가 학생부 작성에 기울이는 시간과 노력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교사의 81.9%가 ‘그렇다’고 응답해 ‘그렇지 않다’(15.1%)는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생과 학부모의 응답도 비슷했다.
대체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기록할 내용이 많고, 상위권 대학들의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이 높아 성적이 좋은 학생의 학생부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교사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중에는 불만도 많았다. 한 고교생은 “생명과학 선생님이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을 적는데 한 반에서 상위 4명까지만 적어주고 다른 학생들은 한 글자도 적어주지 않았다”며 “생명과학 관련 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이 부탁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부 기록 자체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부는 교사가 학생을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록돼야 하는데, 일부 학교는 학생들에게 본인의 학생부를 채울 내용을 적어오게 하고 그대로 학생부에 기록해 준다는 것.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생부 작성과 관련해 부정의 소지가 있는 학교에 대한 제보가 상당히 많다”며 “교사가 사실만을 적었을 것이라는 신뢰가 기본인데, 이게 깨지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