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2016 리우올림픽/환호] 경기장 시끌벅적… 바람은 안불어… 韓 ‘고척돔 소음 적응 훈련’ 효과 20대 세 선수 모두 올림픽 첫 출전… 화살깃 노란색 통일 ‘금빛 주문’ 18발중 15발 만점 ‘무자비한 경기력’ 맞수 엘리슨도 “다시 못 볼 플레이”
남자 양궁 대표팀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7일(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에 세트 점수 6-0의 완승을 거두고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8년 만에 정상에 복귀한 대표팀 김우진, 구본찬, 이승윤(왼쪽부터)의 시상식 모습.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히려 한국이 야구장에서 했던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달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소음 대비 훈련을 했다. 정적이 흐르는 양궁장을 벗어나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야구장에서 모의고사를 치렀다. 결승전이 열린 삼보드로무 경기장은 수백 명의 한국 응원단과 함께 요란한 브라질 관중의 응원으로 시끌벅적했다. 김우진(24)은 “야구장 훈련 상황이 오늘 경기 상황과 비슷했다. 조명 등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우진, 구본찬(23), 이승윤(21)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은 이날 제 기량을 맘껏 발휘했다. 셋은 특히 화살의 깃 색깔을 금메달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통일시켜 결승전에 나섰다. 대표팀이 결승전에서 쏜 노란 깃 달린 화살 18발은 모두 표적지 노란색 위에 안착했다. 표적지의 9, 10점이 노란색이다. 대표팀은 결승에서 10점에 15개, 9점에 3개의 화살을 꽂았다. 셋은 이날 점심도 노란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구본찬과 이승윤 역시 올림픽 첫 출전이었다. 구본찬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양궁부에 들어오면 매일 용돈을 1000원씩 주겠다”던 담임선생님의 말에 덜컥 활을 잡았다가 올림픽 무대 정상에까지 오르는 세계적인 궁사가 됐다. 장난감 조립을 좋아하는 등 손재주가 좋아 대표팀 내에서 ‘마스터 리’로 불리는 이승윤 역시 장인급 활 솜씨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땄던 세 선수는 모두 20대 초반이어서 한국 남자 양궁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미국 대표팀의 브래디 엘리슨(28)은 “오늘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은 세계 신기록급이었다”며 “한국이 보여준 오늘 같은 경기를 앞으로 또 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대표팀은 경기 후 한국 대표팀을 향해 큰절을 하는 듯한 자세로 경의를 표했다. AP통신 등은 “한국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무자비한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첫 전 종목(남녀 단체전 및 개인전) 석권에 도전하는 한국 양궁의 첫 단추를 잘 끼운 남자 대표팀 3명은 8일부터 시작하는 개인전에서는 서로 경쟁자로 나선다. 김우진은 “선의의 경쟁을 벌여 셋 중 누구라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kini@donga.com / 이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