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서울 엑소더스… 무너진 1000만 시대] 몸살 앓는 ‘엑소더스 종착지’
4일 경기 광주시의 한 빌라 단지. 최근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자 빌라 신축을 제한해달라는 주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경기·인천 지역 중 2013∼2015년 다가구·다세대주택 준공물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이다. 광주=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서울 엑소더스’의 종착역은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아니다. 전세난이 서울 인접 택지지구에까지 확산되면서 매년 수십만 명이 더 외곽으로 밀려나는 ‘2차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더 싼 집을 찾는 수요자들을 겨냥해 교외에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우후죽순으로 지어지면서, 교육시설 부족과 난개발 같은 문제도 심각해졌다.
○ 분당에서 광주로, 일산에서 파주로…
서울을 포함해 분석하면 이들 지역에서 서울로 옮겨 가는 가구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서울로부터의 유입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다. 게다가 서울로 옮기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서울에서 이주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분당구 이매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서울로 이사하는 집주인들이 종종 있지만, 서울에서 전세 찾아 분당에 오는 수요자가 더 많다”라며 “요즘엔 5년 이상 이곳에 살던 세입자들이 서울 사람들에 밀려 외곽으로 떠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연쇄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높아진 주거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분당구 아파트의 3.3m²당 평균 전세금은 1584만 원으로 2013년 12월(1194만 원)보다 약 32% 뛰었다. 서울 인구가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기로 ‘피난’하는 현상이 계속되자, 이로 인해 주변 신도시 집값이 오르면서 기존 인구가 재차 외곽으로 움직인 것이다.
○ “도로도 안 난 산중턱에 온통 빌라”
단기간에 인구가 급증한 교외 지역에서는 난개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파트 위주로 조성됐던 1기 신도시와 달리 2차 이동 인구가 몰린 지역에는 10여 채 규모의 다세대·다가구주택이 계획 없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중이다. 아파트와 달리 상가를 함께 짓지 않고도 신축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도로와 교육시설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능평리의 경우 포장도로가 나기도 전에 빌라촌이 형성되면서 출퇴근 시간마다 수백 대의 차량이 분당으로 나가는 1차로 도로를 가득 메운다. 두 지역에서 통학할 수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인 광명초교는 최근 2차례 교실을 신축했지만 여전히 학급당 학생 수가 31명이 넘는다.
박정은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도권 인구 이동의 흐름을 예측해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주민센터 등의 공공건물을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단기 대책과, 생활 기반 시설 용지를 확보한 후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천호성 thousand@donga.com
김지은 인턴기자 동국대 경제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