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더민주 초선 6명 ‘사드 訪中’ 강행
베이징대서 간담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 6명이 8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대 교수들과 사드 문제를 논의했다. 왼쪽부터 손혜원, 김병욱(세 번째), 신동근(네 번째), 소병훈 의원(다섯 번째) 등이 좌담회에 참석한 모습.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날 오후 베이징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양측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한중 관계 경색의 원인과 처방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였다. 박정 의원은 “중국이 그동안 소프트파워로 국제사회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지금 너무 하드파워로 밀어붙인다”고 말했다. 김영호 의원은 “중국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북핵 문제에서 한국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가 훼손되거나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이 조장돼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국제정치학과 군사학 등을 전공한 중국 측 안보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 의원단에게 사드 배치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악영향을 설명하며 사드 배치 불가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한국이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양국 간 소통이 없었던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또 “한중 양국 언론이 과한 보도를 하는 것을 상호 자제해야 한다”며 양비론을 펴기도 했다. 중국 측 일부 참석자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된 뒤에는 실질적인 제재 내용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의원단 측은 전했다. 사드 이슈를 다루는 국방위원회나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 아닌 안보 비전문가 의원 6명이 중국 측 안보 전문가들에게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가 일부 현실화된 것이다.
주중 대사관은 의원단이 김 대사를 만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잔뜩 긴장하며 준비했다가 내심 허탈해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당초 야당 의원들이 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대사관을 방문해 김 대사를 만나겠다고 했다가 바로 베이징대로 가겠다고 어젯밤에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원단 측은 다르게 설명했다. 의원단 측은 “대사와의 8일 오후 만남이든 9일 조찬이든 대사관에서 먼저 제의했다가 국내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까 취소한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대사관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호 의원은 베이징 서우두 공항 입국 수속을 마치기 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혹시 중국 기자들도 공항에 나와 있느냐. 중국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중국 언론을 상당히 의식했다. 이 같은 야당 의원들의 ‘중국 언론 거리 두기’는 중국 방문 전 한국에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6일 “중국을 이해하려고 오는 야당 의원들이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엄호 사격’을 한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이날 오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들은 ‘사드 배치는 대한민국 군사주권’ 등의 팻말을 들고 나타나 방중을 비난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의원들을 향해 “매국노 짓을 그따위로 하느냐” “6명 전부 매국노들” “정말 국회의원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1인 시위자는 한 의원에게 “(사드 논란을 일으킨) 중국엔 왜 가느냐”고 따져 물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