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남북 최룡해 동행에 경직된 北선수단
4년전 金… 이번엔 銀 북한 역도 영웅 엄윤철이 169kg 1차 실패 후 안타까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피천득의 수필 ‘은전 한 닢’에 빗대자면 꼭 이런 심정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취재 중인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팀은 7일(현지 시간) 최 부위원장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최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홍은정(27)이 여자 개인 종합 예선 경기를 치른 체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홍은정의 경기를 잠시 지켜보던 최 부위원장은 곧 자취를 감췄다. 취재팀은 최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북한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탁구장으로 향했다.
취재팀은 브라질에 있는 북한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최 부위원장의 일정을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북한 ‘역도 영웅’ 엄윤철(25)이 출전하는 역도장으로 향했다.
해가 저물자 예상대로 최 부위원장 일행이 역도 경기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팀이 다가가 “엄윤철을 응원하러 오셨냐”고 묻자 최 부위원장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경기장을 가리켰다. 곧바로 경호원이 취재팀을 막아섰다.
남자 56kg급에 출전한 엄윤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이 체급에서 금메달을 땄던 엄윤철은 이날 인상 134kg, 용상 169kg, 합계 303kg을 들었다. 엄윤철은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170kg(세계신기록)을 들어 올리며 합계 307kg을 기록한 룽칭취안(26·중국)에게 뒤져 은메달을 땄다.
카메라에 포착된 ‘최룡해의 분노’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역도 56kg급 경기가 끝난 7일(현지 시간) 밤 역도 경기장 밖에서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실선 안)이 북한 역도 감독(왼쪽)을 혼내는 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최 부위원장은 출국 전 “리우에서 금메달 3개를 따오겠다”고 보고했다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분노를 샀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적어도 5개는 따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믿었던 엄윤철의 부진으로 최 부위원장의 머릿속도 복잡해지게 됐다. 엄윤철도 이날 “금메달을 못 땄으니 영웅이 아니다”라며 아쉬워했다. 기자회견에서 엄윤철의 말을 통역한 외국인 자원봉사자는 취재팀에게 “최룡해가 북한의 부통령(vice president)이냐”고 물은 뒤 “북한에서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강병규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