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낸 종목은 ‘헝그리 스포츠’라고 불리던 격투기 분야가 많았다. 복싱, 레슬링, 유도 등 기술이나 장비 이상으로 투지가 중요한 종목들이다.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10개 종목 23명을 내보낸 베트남을 보면 그 시절의 우리가 떠오른다. 국민소득 2100달러(약 233만 원)인 베트남이 올해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 나라가 뒤집어졌다.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 선수 진종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호앙쑤언빈은 대학에 갈 형편이 안 돼 군에 입대했던 선수였다. AK소총을 쏘다 숨은 재능이 드러나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연습장은 에어컨이 제대로 안 들어와 사우나처럼 푹푹 쪘다. 외국 선수들이 하루 300발씩 연습할 때 50발을 지급받고, 남는 시간은 빈총으로 자세훈련을 해야 했다. 그를 지도한 박충건 감독은 “사격 선수는 쏴야 한다”며 한국에 자주 전지훈련을 왔다. 호앙쑤언빈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도 삼겹살이다. 그가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박 감독 덕분에 현금 10만 달러(약 1억1080만 원), 베트남의 평범한 직장인이 50년을 벌어야 만질 수 있는 포상금을 받게 됐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