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민 채널A 정치부 기자
국회의원들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격려 방문 비용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합당한지 묻자 돌아온 한 야당 의원의 답변이었다. 리우 올림픽에 가려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은 모두 8명. 나머지 의원들은 “비용의 출처를 몰랐다”고 둘러댔지만 이 야당 의원만은 유독 자신의 ‘담력’을 뽐내듯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국회의원이 위험한 지카 바이러스와 장시간 비행까지 마다않고 가는 격려 방문”인데 왜 딴죽을 거느냐는 식이었다.
“문제라고 느끼시는 부분에는 동의하는데, 딱히 드릴 말씀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말 그대로 국민들의 체육 진흥과 체육인의 복지 등을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그 사용처 역시 국민체육진흥법에 10여 가지 항목으로 명확히 적시돼 있다. 항목 어디에서도 국회의원의 올림픽 선수 격려 방문 비용으로 충당할 법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체육회의 의원님 배려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남미 여행을 위한 예방접종 비용까지 내주겠다며 의원실에 영수증 제출을 요구했고, 의원들의 3박 7일 리우 일정이 혹시 구설에 오를까 봐 ‘관광’ ‘문화시찰’ 등 문제의 소지는 쏙 빼고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모든 게 비정상적인 일이고 문제가 있는 일이지만 취재가 끝난 지금도 남는 의문은 왜 잘못된 일에 밥상을 차린 피감기관만 어쩔 줄 몰라 전전긍긍할 뿐, 국회의원은 저렇게 당당하냐는 것이다.
“보통 선수들 격려금 전달하러 가는 건데, 격려금 받을 사람들 돈으로 격려금 전달하러 간다고 한 꼴이네.” 올림픽 격려 방문을 해본 한 인사의 말이다. 결국 의원들의 리우행은 출국 이틀을 남기고 취소됐다. 추가경정예산과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아서 방문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의원들의 급작스러운 취소로 다시 피감기관만 바빠졌다는 소문이다.
조영민 채널A 정치부 기자 y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