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아, 엄마 멋지지?” 역경을 이기고 꽃이 피었다. 역도 여자 53kg급에서 동메달을 따낸 윤진희가 인상 종목에 나서 88kg 바벨을 힘차게 들어올리고 있다. 두 딸의 엄마인 윤진희는 리우로 출국하기 전 “아이들이 왜 한동안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도록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2012년 현역에서 은퇴한 윤진희는 딸 라임, 라율을 낳고 남편의 권유로 다시 플랫폼 위로 돌아왔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역도 69kg급 경기 중 왼쪽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았던 원정식은 자신의 몸도 추스르기 전에 아내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우리 함께 역도하면 안 될까.” 아내의 재능이 묻힐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선수 생활에 늘 미련이 남았던 윤진희는 남편의 제안이 고마웠다. 오랜만에 바벨을 잡은 윤진희는 부상 선수들처럼 재활 프로그램부터 시작했다. 윤진희는 이날 경기 후 “남편과 ‘바닥까지 내려왔으니 다시 시작해서 함께 정상에 서자’며 서로를 격려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조용히 둘만의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경기가 열리기 직전까지 원정식은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윤진희가 긴장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윤진희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남편이 ‘열심히 하라’며 안아주고, 끝나고 나면 ‘잘했다’고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하루에 한 끼만 한식(도시락)을 먹었는데 그것도 남편과 나눠 먹을 수 있어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윤진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과거의 나와 비교하지 말고 미래의 나를 기대하며 현재를 즐겨라’는 글을 올렸다. 땀 흘리며 기다리던 ‘미래의 나’와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동메달로 이뤄진 것이다. 원정식이 “인상에서 1위였던 중국 리야쥔이 용상을 모두 실패하고 실격을 당해 4위였던 아내의 동메달이 확정되고 난 뒤 5초 동안은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말할 만큼 부부에게는 값진 순간이었다. 윤진희는 “부상도 있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더 기쁜 것 같다. 10년 동안 꾸준히 로또를 샀는데, 그 로또가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부부는 선수촌 주변을 산책하며 감동을 되새겼다. 윤진희는 “남편이 아직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저를 꼬집어보더라. 꿈이 아니라면서 서로 다독였다. 남편한테 오늘은 다 잊고 당신 경기 준비 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8일 동메달을 따낸 뒤 남편 원정식과 포옹하고 있는 윤진희.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유재영 elegant@donga.com /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