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볶음진짬뽕
새로 나온 오뚜기 볶음진짬뽕 CF의 뼈대는 패러디이다. 패러디는 대상, 그러니까 원본이 존재해야 한다. 이 패러디 광고의 원본은 기존의 오뚜기 진짬뽕 CF다. 자가복제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재치가 넘친다.
이 CF의 주인공은 ‘패러디’로 일가를 이룬 연기자 정상훈이다. 우리말 같은 중국말 구사는 정상훈의 간판 개인기. 이 광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해 웃음폭탄을 선사한다.
정상훈이 “짬뽕이네”하고 달려가 젓가락으로 맛있게 집은 국수 가락. 작은 창에도 비슷한 장면이 보인다. 먹고 나서 두 눈을 감고 만족해하는 정상훈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작은 화면에서는 황정민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패러디 폭탄은 하나가 더 장착되어 있다. 핑크색 단발머리 가발에 여장을 한 정상훈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영화 곡성에서의 천우희 패러디다. 영화 속 천우희는 돌을 던지지만, 정상훈은 볶음진짬뽕을 던진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훈 표’ 중국어가 작렬한다.
“어써 시켜썰라∼(어디서 시켰어요?)” “썰리야∼ 뽁끔찐짬뻥(볶음진짬뽕)∼러야∼”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을 라면용기에 붓고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뽁끔찐짬뻥”을 천진난만(?)한 얼굴로 노래하는 정상훈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얼른 먹고 싶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이어 “깜빡 깜빡 하지 마레이”하며 뚜껑을 연 면 용기에 스프를 넣는다. 액상스프를 젓가락으로 눌러 짜는 디테일에 또 한 번 웃게 된다.
정상훈이 볶음진짬뽕을 가리키며 마지막 멘트를 날린다. “또 때박나게쓸리아∼(또 대박 나겠습니다)”.
CF의 마지막에는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인물이 다소 뜬금없이 등장한다. 만화가게에 가면 한 명쯤 있을 법한 백수스러운 남성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라면을 먹는 시늉을 하고 있다. 뒷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자면, 이 남성은 이 CF 촬영장의 실제 스태프라고 한다. 여러 명의 정상훈이 등장하는 장면을 위해 위치 잡는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본 감독이 즉석에서 출연을 결정지었다고 한다.
정상훈의 현란한 패러디 연기, 무대선택, 구성, 아이디어가 잘 ‘비벼진’ CF다. 맛있게 잘 만들었다. ‘때박’ 나시길.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